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자벨라 롯셀리니 2

광란의 사랑 (블루레이)

'광란의 사랑'(Wild at Heart, 1990년)은 충격적인 영화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데이빗 린치 감독의 초기작이다. 제목 그대로 남녀 주인공의 거침없는 사랑에 얽힌 모험담이다. 그러나 남녀 주인공인 세일러(니콜라스 케이지)와 룰라(로라 던)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아름답고 가슴아픈 사랑이 아니다. 둘의 사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피해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나며 폭력과 피로 점철된다. 데이빗 린치가 본 90년대 청춘 남녀의 사랑은 그런 식이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광기로 가득차다보니 사랑 또한 결코 순애보일 수 만은 없었던 것.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데이빗 린치가 불신과 광기로 가득찬 90년대 미국의 청춘들에게 바치는 송가다. 언제나 그렇듯 데이빗 린치 특유의 불편하고 잔혹한 폭력 장면과 ..

백야

1986년 한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그 해,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영화가 국내 개봉했다. 테일러 핵포드(Taylor Hackford) 감독의 '백야'(White Nights, 1985년)다. 당시 서울에서 유일한 70미리 상영관이었던 대한극장에서 이 영화를 하루에 내리 3번을 보았다. 새내기 대학생 때인 만큼 할 일이 많았던 친구는 첫 회를 같이 본 후 후다닥 달아나버렸지만 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Mikhail Baryshnikov)와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블라디미르 비소츠키(Vladimir Vysotsky)의 노래에 매료돼 움직일 수 없었다. 이후 바리시니코프의 팬이 돼 그가 출연한 영화 '지젤'도 보았고 나중에 '백야' 비디오테이프를 사서 영상이 뭉개질 때까지 봤다. 비소츠키 노래도 마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