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재용 3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블루레이)

김석윤 감독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년)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코믹 추리영화다. 왕의 밀명을 받고 사라진 열녀에 대한 조사를 맡은 탐정이 악당들과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초반에 그럴듯한 자막을 끼워 넣어 마치 조선시대 탐정이 실존했던 것처럼 묘사하지만, 모두 허구다. 원작은 작가 김탁환의 역사 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 '열녀문의 비밀'이다. 하지만 원작에서 뼈대만 빌려 왔을 뿐 내용은 소설과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영화는 추리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유머가 가미된 액션활극에 가깝다. 문제는 유머코드가 그다지 웃기지 않다는 점이다. 등에 화살이 꽂힌 채 뛰는 장면이나 총 쏘는 시늉으로 개가 죽은 것처럼 꾸미는 장면 등 일부 코믹 장면은 억지에 ..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블루레이)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는 눈이 즐거운 영화다. 내용이 야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18세기 조선시대 풍속을 재현한 의상과 음식, 풍경 등 갖가지 볼거리가 화사한 색감으로 수놓듯 펼쳐진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실제 고증을 거쳤고, 현재 제일모직 전무로 있는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씨의 도움을 받았다. 정구호씨는 미술감독으로 참여해 '구호' 브랜드에서 보여준 패션감각을 배우들의 의상과 각종 소품 등에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이 작품은 색이 곱다. 배우들이 입고 나온 파스텔톤의 의상부터 진한 원색까지 손대면 그대로 묻어날 듯 색이 선명하다. DVD 타이틀에서는 극장에서 본 색이 제대로 살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블루레이는 근접한 느낌이다. 영화의 기본 내용은 조선시대 바람둥이 양반..

여배우들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2009년)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 보는 토크쇼 같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등 유명 여배우들 6명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흔치 않은 영화이기에 호기심을 갖고 봤으나 어찌나 카메라를 흔들어 대는 지 멀미가 날 지경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여배우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과도한 들고 찍기를 한 탓이다. 하지만 이는 감독의 자가당착일 뿐이다. 카메라용 모니터나 편집실의 작은 모니터로 보면 들고 찍기 화면이 그럴 듯 해 보일 지 모르지만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키워 놓으면 마치 롤러 코스터를 탄 것처럼 화면이 춤을 춘다.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바짝 당겨 찍은 화면이 어찌나 심하게 일렁이는 지, '태극기 휘날리며'의 초반 장면을 보..

영화 2009.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