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정현 3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의 독립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년)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부조리를 머피의 법칙으로 풀어낸 블랙 코미디다. 그러면서 아주 재미있는, 잔혹하고 충격적이며 엽기적인 연쇄살인극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안고 있는 기본 테마는 부자와 빈자 사이의 계층 간 갈등이 아니라 못 가진 자들 내부의 갈등이다. 갈등의 시발점은 부동산이다. 재개발에 목숨을 건 동네 사람들이 재개발 지역 포함 여부를 놓고 벌이는 갈등과 대립을 다루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갈등은 기저에 깊이 깔려있는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주인공 수남(이정현)은 세상에 이토록 불행한 여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운이 연속되는 인물이다. 하루에 몇 가지 일을..

군함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다찌마와 리' 등을 보며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참 재미있게 만드는 감독이라는 생각을 했다. 액션을 맛깔스럽게 조합할 줄 알며 여기에 적당한 유머를 버무려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더러 B급 정서라고도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도 같은 소리를 듣는 만큼 취향의 문제일 뿐 결코 나쁜 소리는 아니다. 그만큼 류 감독이 만드는 영화들은 최근 '베테랑'도 그렇고 은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지금 상영 중인 '군함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군함도'는 너무 실망스러웠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저렇게 왜곡해도 되나 싶었고, 지나치게 표현하면 아픈 역사를 돈벌이의 소재로만 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의 장기인 액션과 유머..

영화 2017.08.11

명량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의 최대 난관은 바로 이순신을 그리는 것이다. 1970년대 국민학교 교과서에 무과 시험 중 낙마했으나 버들가지로 다리를 동여매고 시험을 치른 장군의 일화가 등장할 만큼 익숙한 존재인지라, 피상적으로라도 장군을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군에 얽힌 연대기적 이야기들은 동어반복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인간 이순신을 그려야 하는 것이 난제인데, '난중일기'를 제외하고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사료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최단 기간 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김한민 감독의 '명량'(2014년)도 마찬가지 한계를 안고 있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해전 장면은 볼 만 하나 이순신의 모습이 피상적으로 ..

영화 201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