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진 감독의 독립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년)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부조리를 머피의 법칙으로 풀어낸 블랙 코미디다. 그러면서 아주 재미있는, 잔혹하고 충격적이며 엽기적인 연쇄살인극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안고 있는 기본 테마는 부자와 빈자 사이의 계층 간 갈등이 아니라 못 가진 자들 내부의 갈등이다. 갈등의 시발점은 부동산이다. 재개발에 목숨을 건 동네 사람들이 재개발 지역 포함 여부를 놓고 벌이는 갈등과 대립을 다루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갈등은 기저에 깊이 깔려있는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주인공 수남(이정현)은 세상에 이토록 불행한 여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운이 연속되는 인물이다. 하루에 몇 가지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