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손님'(2015년)은 우리에게 익숙한 독일 우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모태로 했다. 6.25 전쟁 직후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서울로 향하던 악사(류승룡)가 산골 외딴 마을에서 겪게 되는 괴이한 이야기를 다뤘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이야기가 어찌 흐를 지 뻔히 짐작이 간다. 마을을 습격한 쥐떼와 악사가 나서서 이들을 퇴치한 뒤 전개되는 내용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로 승부를 걸려면 결국 남는 것은 볼거리 뿐이다. 그래서 김감독은 간간히 집어 넣은 유머 코드와 영화 '이끼'를 연상케 하는 괴이한 분위기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어설픈 유머는 그다지 파괴적이지 않고 괴이한 분위기는 '이끼'와 너무 닮았다. 마을을 지배하는 위압적인 촌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