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차크 펄만 2

쉰들러리스트 (4K 블루레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년)에 대한 평 중에 한 달 전 작고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짧은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매일 도둑의 손수레를 검사하는 경비원이 있다. 경비원은 도둑이 훔쳐가는 게 뭔지 알아낼 수가 없다. 도둑이 훔치는 건 손수레다. 유대인들은 쉰들러의 손수레다." 촌철살인, 그야말로 이 영화의 의미를 몇 개의 문장에 함축적으로 잘 담아냈다. 이 작품은 나치당원이면서 독일인 사업가였던 오스카 쉰들러가 수용소에 갇힌 수많은 유대인들을 살려낸 실화다. 쉰들러는 나치 군인들에게 뇌물을 써서 유대인들을 자신의 공장 직공으로 빼돌려 목숨을 구했다. 물론 그가 세운 냄비와 군수공장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비록 공장은 망했지만 그는 ..

게이샤의 추억

몇 년 전 교토를 갔을 때였다. 현지 가이드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전통적인 게이샤 집을 안내했다. 일행들은 커다란 다다미방에서 작은 상을 각각 앞에 놓고 앉아서 기다렸다. 잠시후 아주 어려서부터 전수 교육을 받은 게이샤들이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들어왔다. 중국 경극분장처럼 얼굴을 하얗게 화장한 게이샤들이 각각 상 앞에 마주 앉아서 저녁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으로 민망하게도, 우리 앞에 나타난 게이샤들은 영화나 책에서 보고 읽은 아리따운 여성들이 아니었다. 거의 어머니뻘은 될 만한 아주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었다. 그들이 술을 따라주는게 미안해서 받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렇게 수발을 들던 게이샤들은 잠시 후 샤미센이라는 기타 비슷한 일본의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