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창동 2

박하사탕 (블루레이)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후, 철로 위에 올라 선 설경구의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며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의 인상이 어찌나 강렬하던 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년) 하면 우선 떠오른다. '초록 물고기'로 감독 데뷔한 이창동 감독이 두 번째로 만든 이 영화는 설경구가 연기한 영호라는 인물이 겪은 20년을 다루고 있다. 1979년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1999년까지 현대사의 가장 아픈 부분이 한 인물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를 위해 각본을 직접 쓴 이 감독은 영호의 죽음부터 과거로 시간을 되짚어 올라가는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했다.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는 방식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

시 (블루레이)

이창동 감독의 '시'(2010년)는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CNN이 2011년 최고 영화 10편 가운데 하나로 뽑았고, 2010년 칸영화제 각본상, LA 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일본 유럽 등에서 평단의 극찬이 쏟아졌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2010년 개봉 당시 22만명 관객동원에 그쳤다. 아마도 이 감독 영화 특유의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설명이 불충분하거나 난해한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주는 불편함이다. 손자가 벌인 행각 때문에 곤혹스런 상황에 처한 60대 장년 여성이 어려움을 풀어가는 과정이 그다지 일상적이지 않다. 시 쓰기에 빠진 60대 여성(윤정희)이라는 설정과 부모없는 손자를 따로 키우면서 세대 차이가 한참 나는 손자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모르는 난처함이 관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