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혜숙 2

와니와 준하: 블루레이

김용균 감독의 '와니와 준하'(2001년)는 동성애, 이복 남매간에 사랑, 혼전 동거 등 지금 봐도 쉽게 다루기 힘든 소재들을 다룬 영화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이니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꽤 민감한 이야기들을 감성적으로 건드린 앞서간 영화이자 금기에 도전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은근슬쩍 묻어두는 스타일이다. 즉 분위기와 정황으로 민감한 이야기를 전할 뿐 보기에 부담스러운 그림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기본 뼈대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일하는 여주인공 와니(김희선)와 시나리오 작가인 준하(주진모)의 사랑 이야기다. 다만 와니를 비롯해 그의 주변 인물들이 범상치 않다 보니 민감한 이야기들이 에피소드처럼 섞여 들었다. 언뜻 보면 이복 남매간 사랑 이야기는 강신재의 단편 ..

'애마부인' '뽕' '어우동'은 1980년대 에로물의 대명사였다. 지금과 달리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어서, 야한 영상을 제대로 못 본 청춘들이 숱하게 이 작품들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면서 야한 영화로 소문이 났다. 그렇지만 이제와 다시 보니 몇몇 작품은 그런 평가가 꽤 억울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두용 감독의 '뽕'(1986년)이다. 1925년 나도향이 발표한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노름에 미쳐 전국을 떠도는 남편 때문에 홀로 살아가는 여자가 살기 위해 뭇남성들과 몸을 섞는 얘기다. 내용만 보면 무조건 야한 영화 같지만 이 작품 속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제대로 못먹고 못입고 살던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스며있다. 원작은 더 이상 떨어질 때 없는 빈한한 서민들의 삶을 가정파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