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임달화 6

엽문2(블루레이)

엽위신 감독의 '엽문2'(葉問 2 - 宗師傳奇, 2010년)는 영춘권의 대부인 엽문을 주인공 삼아 시리즈로 만든 4편의 작품 가운데 두 번째다. 내용은 1950년대 홍콩에 도착한 엽문이 도장을 열어 자리를 잡게 된 과정을 다뤘다. 당시 홍콩에 몰려든 중국 사람들은 소수를 제외하고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엽문도 마찬가지. 어렵게 남의 건물 옥상에 도장을 차렸지만 영춘권을 배우러 오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린다. 여기에 중국에서 먼저 건너와 도장을 차린 다른 파벌들의 견제와 텃세가 만만찮다.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장을 차린 엽문에게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난다. 바로 동양 무술을 무시하는 서양 권투선수다. 결국 엽문은 엄청난 괴력을 지닌 권투선수와 한 판 대결을 벌여 동양 무술과 중국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내용..

첩혈가두 (블루레이)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홍콩 영화의 인기는 대단했다. 특히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등이 출연하는 홍콩 누아르는 당시 청춘들의 필수 감상 영화였다. 오우삼 감독의 '첩혈가두'(牒血街頭, 1990년)는 홍콩 누아르의 인기 끝물에 등장한 작품이다.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으로 유명해진 오우삼 감독의 작품이어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극장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원래 오우삼 감독이 3시간 분량으로 기획한 대작이었으나 극장 상영을 위해 145분으로 줄였고, 다시 국내에 들어오면서 추가로 25분을 더 잘라내 2시간 분량으로 축소했다. 그러니 이야기가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스케일만 큰 엉성한 영화라는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비디오테이프가 출시되면서 상,..

엽문 (블루레이)

엽문이라는 무술가가 있다는 사실은 세계적 쿵후 스타 이소룡 때문에 처음 알았다. 이소룡이 직접 만든 무술인 절권도의 근간이 되는 영춘권을 엽문에게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소룡을 다룬 책 중에 비교적 잘 쓴 브루스 토마스의 '이소룡, 세계와 겨룬 영혼의 승부사'를 보면 엽문을 만나게 된 사연이 자세히 나온다. 이소룡이 엽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윌리엄 청 덕분이다. 이소룡은 어떻게 영춘권을 배웠나 윌리엄 청은 생소한 이름이지만 영춘권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원래 영춘권은 지극히 폐쇄적인 무술이다. 영춘권의 본류는 창시자의 적통을 이어받은 직계가족 등 소수에게만 전수돼 왔다. 그 외 사람에게 가르치는 영춘권은 일부를 빼거나 변형시킨 수련용으로, 지금 여러 국가에 퍼져있는 영춘권의..

툼 레이더2(블루레이)

마치 게임 속 라라 크로프트가 되살아난 듯 주인공과 완벽한 일체감을 보여준 안젤리나 졸리 덕분에 전편인 '툼 레이더'는 꽤 인기를 끌었다. 전편의 인기를 등에 업고 등장한 '툼 레이더2: 판도라의 상자'(Lara Croft Tomb Raider: The Cradle Of Life, 2003년)도 전편 못지 않은 큰 기대를 받았다. 여전히 안젤리나 졸리가 여전사 라라 역을 맡았고, 훗날 '300'으로 유명한 제라드 버틀러도 등장한다. 특히 '스피드' 시리즈와 '트위스터' 등 볼거리 풍부한 영화들을 만든 얀 드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모았다. 내용은 라라가 고대 제국을 무너뜨린 판도라의 상자를 찾기 위해 악당들과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다. 여기 맞춰 얀 드봉 감독은 액션물에 강한 감독답게 다양한 볼거리..

도둑들 (블루레이)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 최동훈 감독의 영화들은 특징이 있다. 숨 쉴 틈 없이 속도감있게 몰아치는 이야기 전개와 여기에 장단을 맞추는 대사, 그리고 여러 명의 배우들이 떼를 지어 출연하는 스타 캐스팅이다. '도둑들'(2012년)도 예외가 아니다. 홍콩 마카오 부산을 오가며 10명의 도둑들이 300억원대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내용이다. 전지현 김혜수 이정재 김윤석 등 최고의 스타들이 씹던 껌, 펩시, 예니콜 등 재기발랄한 별명과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퍼즐같은 대사를 속사포처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마치 김수현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불과 서너 작품 만에 이런 스타일을 만들었으니 최 감독은 좋게 보면 자기 주관이 분명한 것이고, 나쁘게 보면 벌써 자신의 틀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 지 우려된다. 소위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