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임창정 12

두사부일체(블루레이)

윤제균 감독의 코미디는 거침이 없다. 재미있어서 흥행이 될 만한 소재는 욕설이든, 주먹질이든, 질펀한 농담이든 가릴 것 없이 가져다 붙인다. 무턱대고 붙이면 난잡할텐데 있어야 할 위치를 윤 감독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코미디는 거칠면서도 재미가 있다. '낭만자객'을 제외한 '두사부일체'(2001년)와 '색즉시공'은 아예 작정하고 웃기는 코미디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윤 감독의 데뷔작인 '두사부일체'는 사학비리에 조폭 코미디를 접목한 작품이다. 자료 조사를 통해 부조리한 교육현장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꼬집은 부분은 나름대로 감독의 메시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만화 '차카게 살자'를 표절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확실하게 웃음 전달에 성공했다. 덕분에 개봉 당시 평단의 예측을 깨고 ..

색즉시공(블루레이)

윤제균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색즉시공'(2002년)은 청춘들의 성담론을 다룬 최고의 섹스 코미디다.걸판진 육담이 오가는 상황을 능청스러운 대사와 연기를 통해 끊임없이 폭소가 터지게 만든다. 무엇보다 윤제균 감독 특유의 재치있는 유머들이 빛을 발했다.컴퓨터의 윈도를 닫으라는 조언에 유리창을 닫는 아저씨 유머도 있지만 임창정이 무스가 없어서 머리에 딸기잼을 바르고 나갔다가 벌어지는 상황은 억지로 웃기지 않으면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압권은 임창정의 코믹 연기다.좀 어눌해 보이면서 주눅든 청년의 촌스러운 모습을 아주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임창정은 '공모자들'처럼 무겁고 진지한 연기도 잘하지만 '시실리 2km'나 이 작품처럼 코미디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난다.이 작품은 임창정표 코미디의 진수..

창수

임창정은 매력있는 배우다. 그는 주연을 맡은 '색즉시공' '시실리 2km' '공모자들' '스카우트' 등에서 똑 떨어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그의 양아치 연기는 국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발군이다. 그만큼 그는 이름값을 한다. 이덕희 감독의 데뷔작 '창수'(2013년)를 선택한 것도 바로 배우 임창정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남의 징역살이를 대신 살아주고 돈을 받아 먹고 사는 3류 양아치로 나온다. 꿈도 희망도 없이, 가늘고 오래 살기 위해 "비굴하게 사는 것"이 삶의 모토인 그에게 어느날 여인이 하나 찾아든다. 정말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처럼 말도 안되게 느닷없이 찾아든 여인과 며칠 밤을 보내며 덧정이 든다. 그렇게 영화는 마치 '우렁각시'의 전설같은 신파로 시작한다. 하지만 느닷없이 나..

영화 2013.11.29

공모자들 (블루레이)

1999년 2주간 다녀온 인도 출장과 관련해 소름끼치는 기억이 하나 있다. 당시 주인도 한국대사는 국빈 대접을 받으며 방문한 한국 기자단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때 들려준 충격적인 이야기가 바로 인도의 심각한 인신매매 실태였다.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는 여성들의 경우 매매춘, 남성들의 경우 장기 적출용으로 이뤄진단다. 대사는 실제로 인도 방문 몇 달 전 한국에서 고시 합격한 대학생이 인도에 배낭여행을 갔다가 장기를 적출당한 시체로 발견된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한국에서는 대서특필될 일이지만 인도는 워낙 사고가 많다보니 시체가 발견되도 기사 한 줄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있다. 김홍선 감독의 '공모자들'(2012년)은 바로 무시무시한 장기밀매자들에 대한 영화다..

공모자들

김홍선 감독의 영화 '공모자들'은 올 여름 본 다수의 개봉작들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뛰어난 이야기의 완결성과 긴장감은 '다크나이트 라이즈' '스파이더맨' '도둑들' '이웃사람' 등 여타의 작품들을 압도한다.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멀쩡한 사람을 잡아다가 장기를 꺼내는 장기밀매조직의 충격적 이야기는 마치 목을 조이는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가 숨을 못쉬게 하는 것처럼, 극적인 긴장감과 공포가 점점 강도를 더해가며 온 몸을 짓누른다. 실제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토대로 한 현실적인 공포는 일반 공포물의 실재하지 않는 공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무섭다. 특히 영화는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말의 기대를 끼워넣어 작위적으로 만드는 스토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냉혹할 정도로..

영화 201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