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장 루이 트랜티냥 2

제트(Z)

민주화 열기가 뜨겁던 1980년대 후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 '제트'(Z, 1969년)가 제작된 지 20년 만에 국내에 들어 왔다. 그리스의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야당 정치인의 암살을 다룬 내용은 당시 박정희 독재 정권과 상황이 흡사해 국내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만큼 '제트'의 국내 개봉은 민주화에 대한 뜨거운 갈망 만큼이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영화는 묵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 처럼 흥미진진하다. 정의로운 검사가 경찰 고위 관계자들의 조직적 은폐와 사건 왜곡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아주 긴장감 넘친다. 특히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이를 다큐멘터리나 뉴스 보도처럼 들고찍기와 롱 샷, 클로즈업을 병행하며 현장감있는 영상으로 실감나게 재현했다. 단순 흥미를..

남과 여

클로드 를루슈(Claude Lelouch) 감독의 '남과 여'(A Man And A Woman, 1966년)는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아름다운 사랑의 서정시 같은 영화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프랑스 해안가 풍경 위로 안타까운 연인의 사랑 이야기와 프란시스 레이의 감미로운 음악이 바람이 돼서 흐른다. 내용은 미망인이 된 여인과 홀아비인 남자(장 루이 트랜티냥 Jean-Louis Trintignant)이 주말에 각각 자식의 기숙학교를 방문했다가 눈이 맞아 사랑을 느끼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비포 선라이즈' 풍 영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절제된 대사와 뮤지컬처럼 등장인물의 심정을 노래로 표현한 점, 컬러와 흑백을 오가는 독특한 영상으로 당시 화제가 됐다. 덕분에 그해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