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카락스 감독의 '퐁네프의 연인들'(Les Amants Du Pont-Neuf, 1991년)은 파리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준 영화다.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연인들은 다리 위를 달리며 왈츠에 맞춰 춤을 추고, 수상 스키로 센 강을 누빌 때 마치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듯 양쪽에서 불꽃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런 그림들만 보면 파리는 더 할 수 없는 낭만의 도시이며 사랑의 도시이다. 물론 실제 파리에 가보면 사랑스러운 장소지만 영화처럼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은 아니다. 이는 모두 조작된 이미지다. 이 영화는 이미지에 공을 들인 레오 카락스 감독이 자신이 추구했던 누벨 이마주의 끝물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대중영화와 경계선에 서 있다. 레오 카락스는 장 자크 베네, 뤽 베송과 더불어 누벨 이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