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장 자크 아노 3

에너미 앳 더 게이트(블루레이)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에너미 앳 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s, 2001년)는 저격 영화의 정수 같은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구 소련군의 저격수였던 실존 인물 바실리 자이체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15년 첼라빈스크주 에라노마치에서 태어난 자이체프는 우랄 산맥의 산속에서 자라며 어려서부터 사슴 사냥으로 사격 솜씨를 갈고닦았다. 1936년 해군에 입대해 군사경제학교를 나온 뒤 러시아 태평양 함대에서 회계 반장으로 일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소전이 발발하자 그는 흑해 함대로 지원해 해군 육전대의 저격수가 됐다. 다시 육군으로 소속이 바뀌어 제284저격사단 산하의 1047저격연대에 배속된 그는 독일군이 쑥대밭을 만든 스탈린그라드에서만 242명을 사살하는 등 종전까지 총..

연인 (블루레이)

1914년 베트남의 호치민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여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부유했던 중국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 당시 그의 나이는 16세였고, 중국 남성은 30대였다. 그 잊지 못할 이야기를 소설로 쓴 작품이 바로 '연인'이고, 이를 장 자크 아노 감독이 같은 제목의 영화(L'Amant, 1992년)로 만들었다. CF 감독 출신인 아노는 베트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살 떨리는 두 사람의 사랑을 탐미적이고 관능적인 카메라워크를 통해 아름다운 영상으로 재현혔다. 가난한 어린 여인과 돈 많은 중국 청년의 연애는 단순 사랑 이야기를 뛰어넘어 당시 인도차이나에 흐르던 빈부 격차와 인종 문제까지 다뤘다. 여기에 어린 여인에 대한 집착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로리타'를 연상케 한다. 국내..

투 브라더스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는 언제나 묘한 감동이 있다. 사람과 달리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과 순박함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의 '투 브라더스'(Two Brothers, 2004년)도 마찬가지. '베어'에서 곰을 주제로 내세웠던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이번에는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뽑았다. '투 브라더스'(Two Brothers, 2004년)는 형제간인 새끼 호랑이 2마리가 인간들 때문에 헤어져서 힘든 삶을 살다가 재회하는 내용이다. 다큐멘터리처럼 호랑이의 생활을 그대로 좇은 작품은 아니고 인위적으로 만든 이야기이지만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게 만드는 영화다. 그만큼 잘 정리된 이야기와 호랑이의 자연스런 모습을 카메라에 잘 담아냈다. 사냥꾼을 연기한 가이 피어스의 연기도 튀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