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이 쓴 '나의 자서전'에서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는 작품이 있다. 바로 1928년에 만든 '서커스'(The Circus, 1928년)다.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제작에 얽힌 진절머리나는 기억 때문이다. 채플린은 이 작품 제작 당시 안팎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키드'를 촬영하며 만난 두 번째 부인 리타 그레이와 결혼 생활이 파경을 맞아 이혼소송 중이었다. 8개월간 이어진 이혼 소송으로 촬영이 중지됐고, 리타 그레이에게 빼앗길까봐 필름을 숨겨야 했다. 뿐만 아니라 촬영 9개월째 커다란 화재가 발생해 세트가 모두 타버렸다. 어렵게 재개한 촬영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엔딩에 나오는 마차를 몽땅 도둑맞는 일도 발생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며 채플린은 심신이 모두 지쳐버렸다. 그러니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