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정보석 2

누구나 비밀은 있다 (SE)

'누구나 비밀은 있다'(2004년)는 장현수 감독이 흥행을 위해 선택한 작품이다.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 '본투킬' 등 남자들의 거친 세계를 다룬 영화를 주로 만든 장 감독이 흥행을 위해 선택한 코드는 섹스와 코미디다. 매력적인 청년(이병헌)이 세 자매(추상미, 최지우, 김효진)를 만나 다중으로 얽히는 내용은 제라드 스템브리지 감독의 '어바웃 아담'을 리메이크한 것. 메인 배우들 외에 정보석, 공효진, 탁재훈, 정준하 등 다양한 배우들의 깜짝 출연과 애니메이션 같은 화면 구성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정작 감독이 노린 섹스와 코미디라는 흥행 코드는 그다지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화려한 성 담론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제대로 웃기지도 못하기 때문. 장 감독은 사람..

오! 수정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2000년)은 사람의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똑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한 여자와 두 남자가 벌이는 미묘한 로맨스를 약간 어수선하게 풀었지만 나름대로 색다른 시도가 좋았다. 이 작품을 보면 홍 감독의 연출이 겉보기에 심드렁해 보여도 의외로 사람의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구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등장인물들의 마음속을 엑스레이로 촬영한 듯한 대사와 그림들을 보며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할리우드 영화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관객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다시 나온 DVD 타이틀은 화질이 개선됐다. 흑백 영화라는 특성상 화질이 개선돼도 큰 차이가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