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정소동 3

영웅(감독판 블루레이)

중국이 우리의 발해성벽까지 만리장성의 연장이라고 역사를 왜곡하는 장성공정을 벌여 공분을 자아낸다. 진의 시황제가 북방 오랑캐를 막기 위해 쌓은 만리장성을 처음 가봤을 때 사진이나 TV에서 본 것과 달리 얕으막한 높이에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가까이 보면 실망스런 이 건축물이 멀리 떨어져보면 우주에서도 보일 만큼 장대하다. 장예모 감독의 ‘영웅’(2002년)은 만리장성 같은 작품이다. 장 감독의 첫 액션영화인 이 작품은 단순 무협물로 보이지만 한걸음 떨어져보면 중국 역사를 꿰뚫는 기본적 흐름과 사상이 녹아 있다. 조각난 중국 대륙을 통일하려고 주변국을 침략한 진시황제를 암살하기 위해 네 명의 무사들이 주도 면밀한 계획을 세운다. 시황제에게 짓밟힌 조국을 대신해 뭉친 이들의 계획은 뜻밖에도 내부에서 ..

황후화 (블루레이)

'황후화'(Curse of the Golden Flowers, 2006년)는 영상 미학의 대가인 장예모 감독의 작품답게 영상이 화려한 작품이다. 영화 내내 화면은 온통 형형색색의 색깔로 수놓는다. '붉은 수수밭' '영웅' '연인' 등 장예모 감독의 작품들은 각각의 작품을 상징하는 특징적인 색이 있는데, 이번 '황후화'의 대표적인 색은 황금빛이다. 당나라 시절 황실의 비극적 암투를 다룬 만큼 황제의 색인 황금빛이 주를 이뤘다. 내용은 장 감독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인간의 복잡 미묘한 심리가 빚어내는 갈등을 다뤘다. 권력에 집착하는 황제와 이를 노린 황후, 태자들의 사랑이 얽혀 뿜어내는 무서운 욕망과 갈등은 마치 세익스피어와 그리스의 비극을 보는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리어왕과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적인 비..

명장

진가신 감독의 '명장'(The Warlords, 2007년)은 무협영화가 아니다. 형태는 무술 영화의 틀을 따랐지만 본질은 전쟁터에서 피어난 남녀의 사랑과 의리를 다룬 드라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진 감독은 '첨밀밀' '금지옥엽' 등 주로 러브 스토리를 찍었다. '명장'은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무협영화다. 진 감독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았기에 초식에 의존한 정통 무술보다는 전쟁터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실전 격투기에 초점을 맞췄다. 액션은 '영웅' '연인' 등에서 현란한 무술 연출을 선보인 유명한 정소동 무술 감독이 맡았기에, 박진감 넘친다. 여기에 '울트라 바이올렛' '황비홍' 등을 촬영한 황악태 촬영 감독이 카메라를 잡았고,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등 중화권을 대표하는 세 배우가 주연을 맡아서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