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정준호 5

두사부일체(블루레이)

윤제균 감독의 코미디는 거침이 없다. 재미있어서 흥행이 될 만한 소재는 욕설이든, 주먹질이든, 질펀한 농담이든 가릴 것 없이 가져다 붙인다. 무턱대고 붙이면 난잡할텐데 있어야 할 위치를 윤 감독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코미디는 거칠면서도 재미가 있다. '낭만자객'을 제외한 '두사부일체'(2001년)와 '색즉시공'은 아예 작정하고 웃기는 코미디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윤 감독의 데뷔작인 '두사부일체'는 사학비리에 조폭 코미디를 접목한 작품이다. 자료 조사를 통해 부조리한 교육현장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꼬집은 부분은 나름대로 감독의 메시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만화 '차카게 살자'를 표절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확실하게 웃음 전달에 성공했다. 덕분에 개봉 당시 평단의 예측을 깨고 ..

천년호

한 켠에 쌓아 둔 DVD 타이틀 속에서 이광훈 감독의 '천년호'(2003년)를 발견했다. 아마 제작사에서 받아 놓고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다. 제목만 보면 신상옥 감독이 1969년에 만든 동명의 공포물이 생각 난다. 당시 신 감독의 '천년호'는 시체스 영화제에서 황금감독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신라 진성여왕이 짝사랑한 장수를 차지하기 위해 그의 부인을 성 밖으로 내쫓아 호수에 빠져 죽게 만드는데, 여기에 천년 묵은 여우의 원혼이 씌워 복수하는 내용이다. 이 감독의 '천년호'는 바로 신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이 감독은 한국의 전통적인 귀신 이야기인 천년호를 고대 전설이 깃든 판타지물로 슬쩍 바꿨다. 우선 천년 묵은 여우를 뜻하는 원작의 제목을 천년 묵은 호수를 ..

원더풀 데이즈 - 감독판 (블루레이)

김문생 감독의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Wonderful Days, 2003년)는 우리 애니메이션계에서 독특한 시도를 한 작품이다. 우선 인물들을 2차원 셀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뒤 실사 촬영한 배경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해 하나의 영상으로 만드는 3중처리 과정을 거쳤다. 그 바람에 일부 영상들은 실사 영화처럼 사실적이고 정교한 그림을 보여준다. 특히 미니어처를 제작해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미르 풍경 등은 다층 레이어를 통해 영상의 깊이감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부실한 이야기다. 미래의 에코반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세력과 이를 벗어나려는 세력과의 싸움을 그린 이야기가 그다지 설득력이 없고, 흡입력 또한 떨어진다. 모두에게 푸른 하늘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부분은 영화 '토탈리콜'..

거룩한 계보

장진 감독이 만든 느와르 '거룩한 계보'(2006년)는 참으로 어정쩡한 영화다. 내용은 폭력조직을 위해 목숨바쳐 일해온 주인공 동치성(정재영)이 자신을 버린 조직에 복수하는 이야기다. 장진의 페르소나인 정재영을 비롯해 정준호, 민지환, 이한위, 신구, 윤유선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주먹질이 오가고 피가 피를 부르는 대결 속에 허망하게 쓰러져가는 인간 군상의 비극적인 모습은 영락없는 느와르다. 그렇지만 장진 특유의 개그식 대사와 SF 만화같은 황당한 설정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있다. 장진은 작정하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영화를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이를 그는 "어눌한 타협"이라고 표현한다. 그렇지만 결과가 성공적인지는 의문이다. 판타지도 아니요, 코미디도 아니고 100% 느와르도 아닌 이..

투사부일체

차라리 이런 식의 속편이라면 만들지 않는게 낫다. 김동원 감독의 데뷔작인 '투사부일체'(2006년)는 전편에서 대사와 인물만 갈아끼운 억지 코미디다. 대사를 비롯해 상황, 설정이 전편과 너무나 흡사하다. 학생으로 돌아가 학교 불량배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대두목, 학교 여선생과 정웅인의 로맨스, 생활고 때문에 엇나가는 여고생, 학교 재단의 전횡이 빚어지는 사립고, 룸살롱 씬 등 대부분이 전편의 판박이다. 전편은 터지는 폭소와 더불어 추락한 교권과 사립고의 문제점을 지적한 메시지가 확실했는데 이번 작품은 온통 억지웃음 뿐이다. 우선 교생이 된 계두식의 반에 보스가 학생으로 배속된 점부터 시작해 고교생들 때문에 싸우던 깡패들이 인사하고 물러가는 설정까지 자연스런 것이 거의 없다. 그저 얄팍한 인터넷 유머와 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