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은 배가 된다. 자고로 공포란 무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면 더더욱 무서울 수밖에 없다. 모든 공포영화와 외계 생명체를 다룬 SF영화들은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그 존재가 가공할 만큼 크거나 아예 보이지 않게 작다는 정도.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서던 리치 소멸의 땅'(Annihilation, 2018년)에 등장하는 적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 속 외계 생명체는 바이러스와 흡사하다. 어느 날 바닷가 숲 속에 벼락 치듯 찾아온 외계 생명체는 숙주가 될 생명체에 침입해 세포를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처럼 숙주의 세포를 복제하고 변이를 일으킨다. 그 모습이 때로는 기이하고 때로는 끔찍하다. 마치 사람이 되려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