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제리 골드스미스 4

에이리언 (4K 블루레이)

어려서 외계인하면 떠오르던 생각이 문어 형상이었다. 아마 만화책 등에서 봤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Alien, 1979년)은 이 같은 생각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벌레같기도 하고 언뜻 보면 투구 쓴 개 같기도 한 외계 생명체는 경악 그 자체였다. 자웅동체인 에이리언은 기생충처럼 사람의 몸에 알을 낳아 자라나면 몸을 찣고 튀어나와 사람을 잡아먹는다. 총에 맞으면 금속을 녹이는 강한 산성 피를 흘려 피해를 주는 에이리언은 공포와 충격의 상징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SF라기보다 밀실 공포물에 가깝다. 어디로 달아날 곳 없는 우주선 안에서 7명의 대원들이 외계인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1분 1초가 보는 이의 숨통을 조인다. 그만큼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이 뛰어났고, HR ..

오멘 (블루레이)

학창 시절 떠돌던 흉흉한 괴담 중에 '666' 괴담이 있었다. 악마를 상징하는 666이란 숫자가 신체 어딘가에 새겨져 있으면 악마의 자식이란 얘기였다. 아이들은 누가 악마인지 찾는다며 서로 여기저기 뒤지고 놀리며 북새통을 떨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666 괴담의 근원이 바로 리처드 도너(Richard Donner) 감독의 '오멘'(The Omen, 1976년)이었다. 오멘은 그만큼 '엑소시스트'와 더불어 오컬트 영화의 상징 같은 작품이다. 정작 제작진들은 공포물로 꼽히는 것을 싫어했지만, 누가 뭐래도 오멘은 1970년대를 대표하는 공포물이다. 오멘이 특이한 것은 귀신이나 괴물 등 상상 속 존재가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로 공포심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내용은 요즘 시각에서 보면 특별할 게 없다. 악마의 ..

빠삐용 (블루레이)

프랑스령 기아나.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곳이지만 IT 분야를 담당하는 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익숙한 곳이다. 남미의 오지인 이곳에서 KT가 무궁화 위성을 몇 차례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적도선상에 위치한 이 곳이 정지궤도에 가장 근접해 위성을 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지금도 프랑스가 식민지로 관리하는 이 곳에 1850~1950년대까지 끔찍한 감옥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중죄를 저지른 죄수들을 이 곳으로 유배보내 중노동을 시켰고, 많은 사람들이 혹독한 노동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죽어갔다. 이와 관련해 유명한 두 사람이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의 주인공인 드레퓌스와 '빠삐용'으로 알려진 앙리 샤리에르다. 프랑스 포병대위였던 드레퓌스는 독일에 정보를 팔아넘겼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

차이나타운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감독의 '차이나타운'(Chinatown, 1974년)은 한 편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더쉴 해미트와 챈들러를 뒤섞어 놓은 듯한 질감의 이야기, 필립 마로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 등은 영락없는 하드보일드다. 사건은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 어느 여인의 의뢰에서 시작된다. 사립탐정 제이크(잭 니콜슨 Jack Nicholson)는 사내의 뒤를 캐다가 뜻밖의 살인사건에 말려든다. 사건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뒤에 도사린 제2, 제3의 복선이 드러난다. 잭 니콜슨의 비정한 탐정 연기가 돋보였고 잘 짜인 이야기 덕분에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요즘 할리우드 작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묘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