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캠피온 감독은 작품들 속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홀로서기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견지해 왔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이 바로 '피아노'(The Piano, 1993년)다. 이 작품 속 주인공인 에이다(홀로 헌터)는 아주 척박한 환경에 놓인 외로운 여성이다. 그의 현실을 대변해 주듯 사방이 온통 진흙밭 투성이인 뉴질랜드에서 그는 오로지 딸과 피아노에 의지해 살아간다. 하나 뿐인 남편(샘 닐)은 온통 땅을 사서 넓히는데만 관심이 있고, 에이다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에이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오로지 딸과 수화로만 대화하는 에이다에게 유일하게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는 피아노 뿐이다. 그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연주하는 피아노는 에이다의 말이자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