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제임스 본드 5

007 스펙터(4K 블루레이)

스펙터만큼 여러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은 흔치 않다. 우선 007 시리즈에서 스펙터는 '위기일발' '썬더볼' '두 번 산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등 4편의 영화에 등장한다. 모두 숀 코네리가 007을 연기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에서 스펙터라는 악당 조직의 두목은 블로펠트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007 시리즈에서 이처럼 스펙터가 여러 편에 등장한 이유는 신비한 아우라와 막강한 악의 권력 때문이다. 007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위기일발'에서 전 세계의 모든 범죄를 주무르는 막강한 조직으로 처음 등장한 스펙터는 '썬더볼'까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손과 팔에 안고 쓰다듬는 고양이만 보여준다. 이는 나중에 국내에서도 방영된 TV 만화 시리즈 '가제트'의 악당 원형이 됐다. 그러다가 '두 번 산다'..

007 스카이폴 (4K 블루레이)

"취미가 뭔가?" "부활이지." 악당과 007이 영화 속에서 나누는 이 대사가 이번 작품의 테마다. 샘 멘데스 감독이 007 영화 탄생 50주년을 맞아 23번째 시리즈물로 내놓은 '007 스카이폴'(Skyfall, 2012년)은 악당이 파괴한 첩보조직과 제임스 본드의 부활을 다루고 있다. 부활은 소멸을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제임스 본드를 빼고는 모든 캐릭터가 새로 태어났다.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듯 007만 빼고 더 젊어지고 강건해 졌다. 오랜 세월 책상 앞에만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여성 머니페니는 총질을 마다 않는 검은 피부의 섹시한 젊은 여인으로 거듭났고, 데스몬드 르웰린이 타계할 때까지 연기한 늙은 과학자 Q는 컴퓨터를 귀신같이 다루는 젊은이가 됐다. 압권은 007이..

007 카지노로얄(4K 블루레이)

제임스 본드가 달라졌다. 21번째 007 시리즈인 '카지노 로얄'(Casino Royal, 2006년)에 한 마리 들짐승같은 제임스 본드가 등장한다. 말쑥한 옷차림으로 여자들을 유혹하는 바람둥이 기질, 어떤 싸움에서도 다치는 일 없이 적들을 모두 제압하는 슈퍼맨같은 007은 사라졌다. 또 기존 시리즈의 전매특허였던 황당무계한 비밀무기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 바람에 비밀무기를 만들어주던 Q도 사라졌다. 아울러 007의 트레이드마크인 마티니도 마시지 않는다. 플레이보이 겸 슈퍼맨 같은 첩보원과 비밀무기가 빠진 007 시리즈는 온전한 액션물로만 존재한다. 여기 맞춰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007은 더 할 수 없이 거칠고 비정하며 폭력적이다. 티모시 달튼을 제외하고 숀 코네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블루레이)

'킥 애스'로 재기 발랄한 액션물을 선보인 매튜 본 감독이 만든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 2015년)는 스타일리시한 007 같은 영화다. 즉 007 시리즈의 정통 첩보물이 갖고 있는 고풍스러운 느낌과 함께 현대 액션물의 속도감 있는 액션과 경쾌함이 버무려졌다. 매튜 본 감독이 공동 각본을 쓰고 연출과 제작까지 맡은 이 작품은 처음부터 007 같은 첩보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 아래 아예 만화 작업을 함께 했다. 물론 만화가 먼저 출판되기는 했지만 인물 및 기관 설정 같은 기본적인 영화의 뼈대는 만화와 궤를 같이 한다. 재미있는 점은 새로움과 옛것, 정통과 현대적인 변형을 함께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일행은 007 제임스 본드처럼 잘 어울리는 양..

007 퀀텀 오브 솔러스

22번째 007 시리즈인 '퀀텀 오브 솔러스'의 테마는 복수다. 전편에서 007이 사랑한 여인 베스퍼를 죽인 악당들에게 복수를 하는게 주 내용이다. 그만큼 전편인 '카지노 로얄'을 보지못했다면 내용이 뜬금없고 이야기 진행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는 방향성을 잃은게 아니라 제목이 말해주듯 조그만 위안이라도 얻기 위한 007의 분노의 표출이다. 역시 다니엘 크레이그의 액션은 험악한 인상답게 더없이 투박하다. 몸을 내던져 건물을 건너 뛰고 적과 뒤엉키는 장면을 보면 절로 몸이 움찔거린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역대 007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든다. 원조라는 상징성 때문에 빛난 숀 코네리, 플레이보이 스타일의 로저 무어, 숀 코네리와 로저 무어의 스타일이 적당히 섞인 ..

영화 2008.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