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조복래 2

차이나타운

한준희 감독의 데뷔작 '차이나타운'(2015년)은 아주 '쎈' 영화다. 사방팔방 피가 튀는 사채업자들의 장기매매를 다룬 잔인무도한 이야기는 이보다 더한 막장이 없다. 장기매매는 '아저씨'나 '공모자들' 등 익히 우리 영화에 흔하게 등장했던 소재이지만, 이 영화는 그 과정을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섬뜩하게 그렸다. 특히 그 중심에 여자들이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범죄 영화에서 여자들은 주로 희생자 아니면 종범이었지만 이 영화에서 여성들은 마치 여왕벌처럼 악의 중심에 서 있다. 무엇보다 관록의 여왕벌과 떠오르는 여왕벌의 녹록찮은 대결을 그럴 듯 하게 묘사한 배우들의 힘이 컸다. 얼굴 가득 주근깨 분장을 하고 짧게 자른 머리를 희끗희끗하게 염색한 김혜수는 마치 '대부'의 말론 브란도처럼 이전 영화들과 또다..

영화 2015.05.02

쎄시봉

서울 명동에 있었던 통기타 살롱 쉘부르, 무교동에 자리 잡았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은 1960년대말, 70년대를 풍미했던 통기타 문화의 상징이다. 이런 곳들을 통해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양희은 이태원 박은희 남궁옥분 이문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당연히 지금도 쉘부르, 쎄시봉 하면 이들의 얼굴과 함께 유명했던 노래들이 떠오른다. 그만큼 쎄시봉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1960, 7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를 대표하는 노래들과 가수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쉘부르와 쎄시봉으로 대표되는 시대의 노래들과 가수들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을 소품처럼 차용해 남녀의 흘러간 사랑 이야기를 신파극처럼 써..

영화 201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