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조윤희 3

그 후(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그 후'(2017년)는 마치 감독과 김민희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내용은 출판사 사장과 여직원의 불륜 관계를 다뤘다. 아내와 딸이 있는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은 여직원 창숙(김새벽)과 사랑에 빠진다.두 사람은 봉완의 아내 몰래 밀회를 즐기지만 창숙이 관계에 부담을 느껴 출판사를 그만두면서 끝난다. 그의 빈자리를 새로 뽑은 여직원 아름(김민희)이 메운다.하지만 아름은 출근 첫날 사장의 아내와 맞닥뜨리며 봉변을 당한다. 아름을 사장의 내연녀로 오해한 사장의 아내는 아름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폭력을 행사한 것.봉완은 아내를 만나 오해라고 항변했지만 아내는 믿지 않는다. 그런데 출판사를 떠났던 창숙이 봉완을 잊지 못해 돌아오면서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다.홍 감독은 한마디로 ..

공모자들 (블루레이)

1999년 2주간 다녀온 인도 출장과 관련해 소름끼치는 기억이 하나 있다. 당시 주인도 한국대사는 국빈 대접을 받으며 방문한 한국 기자단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때 들려준 충격적인 이야기가 바로 인도의 심각한 인신매매 실태였다.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는 여성들의 경우 매매춘, 남성들의 경우 장기 적출용으로 이뤄진단다. 대사는 실제로 인도 방문 몇 달 전 한국에서 고시 합격한 대학생이 인도에 배낭여행을 갔다가 장기를 적출당한 시체로 발견된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한국에서는 대서특필될 일이지만 인도는 워낙 사고가 많다보니 시체가 발견되도 기사 한 줄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있다. 김홍선 감독의 '공모자들'(2012년)은 바로 무시무시한 장기밀매자들에 대한 영화다..

공모자들

김홍선 감독의 영화 '공모자들'은 올 여름 본 다수의 개봉작들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뛰어난 이야기의 완결성과 긴장감은 '다크나이트 라이즈' '스파이더맨' '도둑들' '이웃사람' 등 여타의 작품들을 압도한다.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멀쩡한 사람을 잡아다가 장기를 꺼내는 장기밀매조직의 충격적 이야기는 마치 목을 조이는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가 숨을 못쉬게 하는 것처럼, 극적인 긴장감과 공포가 점점 강도를 더해가며 온 몸을 짓누른다. 실제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토대로 한 현실적인 공포는 일반 공포물의 실재하지 않는 공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무섭다. 특히 영화는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말의 기대를 끼워넣어 작위적으로 만드는 스토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냉혹할 정도로..

영화 201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