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존 C 라일리 3

갱스 오브 뉴욕(블루레이)

미국을 상징하는 도시 뉴욕은 그렇게 아름답거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 아니다. 19세기만 해도 이곳은 미국의 온갖 부조리를 안고 있는 쓰레기장 같은 곳이었다. 가난과 기근을 피해 유럽 각지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은 미국 토박이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켰다.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한 토박이들은 이민자들을 적대적으로 대했다. 이민자들은 이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갱단을 조직하면서 그야말로 19세기 뉴욕은 지옥도를 방불케 하는 무법과 폭력의 아수라장 같은 도시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2002년)은 바로 19세기 혼돈의 뉴욕을 다루고 있다. 1928년에 출간된 허버트 애스베리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아일랜드 갱의 후손인 ..

케빈에 대하여(블루레이)

린 램지 감독의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년)는 잔잔한 가족영화이면서 더 할 수 없이 무서운 공포물이다.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과 어떻게든 관계를 개선해 보려는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갈수록 두 사람의 관계가 꼬이면서 영화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치닫고, 급기야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반전으로 휘몰아 친다. 린 램지 감독은 이 과정을 시침 뚝떼고 냉정하게 묘사한다. 그렇기에 보는 사람은 그저 어느 가족의 평범한 드라마 같은 일상에 무심코 빠져들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구분없이 플래시백을 마구 섞어 시간을 흩어 놓았다. 과거의 시간이 현..

베어스 (블루레이)

디즈니네이처가 내놓은 '베어스'(Bears, 2014년)는 착한 영화다. 디즈니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설립한 디즈니네이처는 만드는 영화마다 개봉 첫 째주 수익을 모두 야생동물들의 서식지 복원과 보존을 위해 기부한다. 그야말로 착한 기업이 만드는 착한 영화다. 이 작품은 알래스카의 카트마이 국립공원에서 태어난 갈색곰의 탄생부터 1년을 나기까지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해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엄마곰 스카이를 중심으로 두 마리 새끼가 동면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생생히 담겼다. 특히 같은 곰의 무리들에게 위협받고, 먹을 것을 찾아 산과 들, 바다를 헤메는 모습은 쉽게 보기 힘든 장면들을 보여준다. 특별히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큰 변화가 없어 밋밋할 수도 있지만 접근하기 힘든 카트마이 국립공원의 풍경 만으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