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주세페 토르나토레 2

시네마천국 (블루레이)

어려서 극장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가는 곳이었다. 어쩌다 아버지가 초대권을 얻어 오시면 어머니나 할머니 손을 잡고 동네 동시상영관을 찾았다. 그렇게 '로보트 태권V'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전자인간 337' '황금날개 1 2 3'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학교 친구들을 만나 침을 튀기며 이야기를 했고, 그마저도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은 아무말 없이 부러운 눈빛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벌써 그것이 얼추 40년 전 일이 돼가니 빛바랠 때도 됐는데, 영상이나 아이들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 기억이 비롯됐던 동네 동시 상영관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아벤고 공수군단'의 정윤희를 만나고 나면 잠시 후 '맹룡과강'의 이소룡을 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 곳에서 '벤허'의 찰튼 헤스톤과 '드라큐..

말레나 : 무삭제판 (블루레이)

"운명적 외로움과 아름다움을 타고난 죄."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말레나'(Malena, 2000년)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사다. 이 대사 한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전쟁이란 가혹한 조건에서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인이 살아남는 이야기다. 모니카 벨루치가 연기한 주인공 말레나는 너무 아름다워 마을 남자들의 동경을 받지만 그만큼 여인들의 질시 속에 가게에서 빵조차 살 수 없어 굶주리는 힘든 나날을 보낸다. 아름다움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지만 그를 비참하게 만드는 독이기도 한 셈이다. 비단 주인공 뿐만이 아니다. 말레나를 시기하던 여인들은 결국 그의 미모 때문에 상처받고 증오와 분노를 퍼붓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다. 언제나 그렇듯 과거를 되돌아 보는 토르나토레 감독은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