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진가신 4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블루레이)

증국상 감독이 만든 홍콩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七月與安生, SoulMate, 2017년)는 전혀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깜짝 놀란 작품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탄탄한 구성과 연출력,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아름다운 영상이 결합된 수작이다. 누아르 또는 코미디로만 홍콩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가히 홍콩 영화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력적인 영화다. 안니 바오베이의 인터넷 소설 '칠월과 안생'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이승철의 노래가 생각나게 한다. 어려서부터 단짝 친구였던 두 여성 칠월(마사순)과 안생(주동우)은 자라면서 점점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안생과 모범생으로 곧게 자란 칠월은 ..

첨밀밀 (블루레이)

진가신 감독의 '첨밀밀'(甛蜜蜜, 1996년)은 홍콩 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영화다. 이전까지 홍콩영화라면 '영웅본색' 같은 홍콩느와르나 '취권' '외팔이' 시리즈 같은 무협물을 우선 떠올렸다. 그러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홍콩영화도 잘 만든 드라마로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986년부터 1996년까지 10년 동안 홍콩과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이 작품은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뤘다. 개방화 물결이 밀려든 중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홍콩으로 건너간 남자가 우연히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남자에게는 중국 본토에 결혼을 약속한 여인이 있고, 홍콩서 만난 또다른 여인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둘의..

무협 (블루레이)

진가신 감독은 액션영화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첨밀밀' '금지옥엽' 등 로맨스물을 주로 만들어서 그런게 아니라 '명장'과 '무협'(2011년) 등 그가 만든 두 편의 액션영화 때문이다. 나름대로 공을 들이긴 했는데 액션영화, 특히 중국 무술영화로서 항상 2% 부족하다. 드라마도 아니고 액션물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로 끝난다는 느낌이다. 우선 드라마투르기의 완성도가 높지 않다. 주인공을 연기한 견자단이 산골마을까지 쫓겨온 사연을 대충 대사로 넘기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 도대체 견자단과 왕우가 연기한 72파의 관계를 100% 이해하기엔 여러모로 설명이 부족하다. 단순 이탈이 허용안되는 조직이어서 그런지, 주인공만 지닌 특별한 사연인 지 모르겠지만 익명으로 숨어 있다가 72파와 대결을 벌이고 모든 것이 해..

명장

진가신 감독의 '명장'(The Warlords, 2007년)은 무협영화가 아니다. 형태는 무술 영화의 틀을 따랐지만 본질은 전쟁터에서 피어난 남녀의 사랑과 의리를 다룬 드라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진 감독은 '첨밀밀' '금지옥엽' 등 주로 러브 스토리를 찍었다. '명장'은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무협영화다. 진 감독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았기에 초식에 의존한 정통 무술보다는 전쟁터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실전 격투기에 초점을 맞췄다. 액션은 '영웅' '연인' 등에서 현란한 무술 연출을 선보인 유명한 정소동 무술 감독이 맡았기에, 박진감 넘친다. 여기에 '울트라 바이올렛' '황비홍' 등을 촬영한 황악태 촬영 감독이 카메라를 잡았고,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등 중화권을 대표하는 세 배우가 주연을 맡아서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