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최양일 2

피와 뼈

재일교포 감독인 최양일이 만든 '피와 뼈'(血と骨, 2004년)는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흡입력 강한 작품이다. 제11회 야마모토 주고로 문학상을 수상한 양석일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때 오사카로 건너가 파란만장한 삶을 산 김준평(기타노 다케시 北野武)이라는 사내의 이야기다. 젊은 시절 꿈을 안고 도일한 그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에게 더없이 폭력적이고 위악적이다. 아내와 자식들은 물론이고 타인에게도 가혹한 폭력을 휘두르는 그는 사람들에게 가장이자 아버지이기 이전에 동물적인 본능을 내세운 남자이며 광기에 휩싸인 괴물로 기억된다. 최 감독은 일본 무사들의 동성애를 다룬 '고하토'에서 함께 연기한 기타노 다케시를 주연으로 기용해 세상을 험하게 산 사내와 가족의 이야기를 선 굵은 그림으로 보여준..

고하토

'감각의 제국'을 만든 오시마 나기사 감독은 1999년 '고하토'(御法度)를 만들때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3년간 투병했지만 회복이 되지 않았기 때문. 그래서 그런지 위로 쳐다보거나 앉은 키에 맞춘 앵글이 많다. 이 작품은 19세기말 사무라이 집단인 신선조에서 일어난 동성애 사건을 그렸다. 칼과 충절만 아는 사무라이에게도 사랑이 존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오시마 감독은 동성애로 대답했다. 교도소나 병영처럼 남자들만 모여 있는 곳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다. 오시마 감독은 이성애자들이 보기에 다소 혐오스러울 수 있는 소재를 미묘하게 표현했다. 주로 행동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 묘사에 치중했다. 어찌보면 더 소름끼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오시마 감독의 사랑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16 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