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최인호 3

별들의 고향(블루레이)

영화 감독 이장호와 소설가 최인호에게 항상 따라붙는 작품이 있다. 바로 '별들의 고향'(1974년)이다. 호스티스 생활을 하던 경아라는 여인을 통해 1970년대 도시인의 부조리하고 공허한 삶을 다룬 이 작품은 우리 대중문화의 획을 그은 작품으로 꼽힌다. 이 소설을 1972년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주목을 받은 최인호는 이후 대표적 대중소설가로 부상했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 감독 데뷔한 이장호는 70년대 우리 대중영화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 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원죄를 갖고 있다. 70년대 초반 우리 영화는 외화 쿼터를 확보하기 위해 땜빵으로 대충 만들던 관행이 강했으나, 이 작품이 흥행하며 제대로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1974년 개봉한 이 작품의 흥행 성적은 46만6,0..

바보들의 행진(블루레이)

1970년대, 80년대 금지곡 중에는 영화음악이 많았다. 영화 '별들의 고향'에 나왔던 윤시내의 '나는 열아홉살이에요', 이장희의 '한 잔의 추억', 송창식의 '왜 불러' '고래사냥' 등이 대표적이다. 워낙 암울했던 시기여서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가사에도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최고봉은 단연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나온 송창식의 노래들이다. 지금은 CD로 OST까지 나왔지만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가 폐지된 1996년까지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왜 불러' 등은 방송에서 들을 수 없고, 음반판매도 할 수 없는 금지곡이었다. 그래서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년)을 떠올리면 영상보다 노래가 먼저 생각난다. 영화도 거칠것 없는 가사의 노래만큼이나 파격적이다. 미..

병태와 영자

하길종 감독의 '병태와 영자'(1979년)는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 청춘들의 송가다. 이제는 나이 지긋한 중년들이 됐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 참 순진하고 풋풋한 청춘들이 떠오른다. 하 감독이 최인호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만든 '바보들의 행진'의 속편 격인 이 작품은 주인공 병태가 군대 다녀와 영자와 사랑을 싹 틔우는 내용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절에도 여대생들에게 갓 복학한 남자친구는 참 암울한 존재였다. 마땅한 직업 없이 학교를 다녀야 하니 보장할 만한 미래라는 것이 없다. 그 사이 여자는 대학을 졸업해 취직을 하고, 사회에서 능력있는 남자들을 만나면 흔들리게 된다. 영화는 이런 시대상을 담아 오랜 세월 테마로 남아 있는 이수일과 심순애식 사랑을 그렸다. 그래도 하길종과 각본을 쓴 최인호는 사랑의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