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자현 3

사생결단(블루레이)

최호 감독의 '사생결단'(2006년)은 부산을 배경으로 마약상들과 이들을 쫓는 경찰의 추격전을 실감 나게 묘사한 작품이다. 내용은 마약판매상을 쫓는 형사(황정민)와 형사의 끄나풀이 된 마약판매조직의 중간 판매상(류승범)을 주축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 감독은 2년여에 걸쳐 실제 마약 세계를 취재해 시나리오를 썼다. 덕분에 그들만의 은어와 이동식 마약제조공장 등 내밀한 이야기를 통해 꽤 실감 나게 마약판매조직의 실상을 그렸다. 무엇보다 마약판매상과 경찰이 벌이는 자동차 추격전과 막판 부두에서 벌이는 대결 등을 꽤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치열한 연기가 한몫했다. 생 양아치 그대로 변신한 류승범과 지독한 형사로 분한 황정민의 연기가 불꽃을 튀겼다. 그만큼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잘 맞아 척..

실종

김성홍 감독의 '실종'(2008년)은 2007년 전남 보성에서 발생한 70대 어부가 벌인 살인사건이 동기가 됐다. 어부 오 모씨는 놀러왔다가 배를 태워달라는 여성들을 배에 태우고 바다에 나가 성폭행 하려다가 살해했다. 그렇게 남자 1명과 여자 3명 등이 2차례에 걸쳐 죽었다. 오 씨는 165cm의 작고 왜소한 노인이었으나 물질에 익숙해 삿갓대로 물에 빠진 사람들을 밀어넣어 죽였다. 오 씨는 나중에 희생자의 물건과 머리카락 등이 배에서 발견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나온 뒤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쭈꾸미 잡이로 생계를 꾸렸던 오 씨는 부인과 자녀 사이에 2남 5녀를 두고 있다. 이 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는 여성..

미인도

조선시대 풍속화가였던 혜원 신윤복이 여자라는 가설에서 출발한 영화 '미인도'(2008년)는 금기시된 사랑을 다루고 있다. 남장 여인인 신윤복이 장돌뱅이 강무, 스승인 김홍도와 벌이는 삼각관계는 동성애와 사부 간의 위험한 사랑놀음이다. 결국 사랑 그 자체를 순수하게 그려보고 싶다는 신윤복의 대사처럼 영화 속 사랑은 그저 종이 위에 머무는 그림이 되고 만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지 못하고 공허한 것은 철저한 팩션이기 때문. 신윤복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거의 없고, 그의 그림이 여성적이라는 이유로 여자로 만들어버린 영화속 설정은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허구일 뿐이다. 여기에 질투에 눈이 먼 스승이 끼어들고 암투가 빚어지면서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식의 비극으로 치닫고 만다. 그만큼 구성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