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카세 료 2

허니와 클로버 (블루레이)

우미노 치카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한 타카다 마사히로 감독의 '허니와 클로버'(2006년)는 미대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영화다. 하지만 10권에 이르는 원작 만화를 2시간에 압축하다보니 이야기가 촘촘하지 못하고 성기다. 인물들의 감정 기복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지 못하고 이야기 쫓아가기에 급급하다보니 공감하기 힘든 작품이 돼버렸다. 원작 만화를 읽고 본다면 어느 정도 인물들에 녹아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징검다리를 건너듯 성큼성큼 진행되는 이야기가 마냥 지루할 수 있다. 특히 남녀간에 얽히고 설키는 감정선의 묘사는 마치 1970년대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늘어진다. 뻔히 전개의 양상이 보이는 데도 답답한 대사와 영상으로 일관한 것은 연출력의 한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나마 칸노 요코의 음악과 ..

아웃레이지

비정한 조폭들의 세계를 다룬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나 '소나티네'가 인상깊었다면 '아웃레이지'(Outrage, 2010년)를 볼 때는 두 작품을 잊는게 좋다. 같은 감독이 각본 연출 편집에 주연까지 했지만 기대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이다. 심지어 '브라더스'만도 못하다. 기타노 다케시가 만든 이 작품은 그의 특기인 야쿠자 영화다. 조직에서 출세하기 위해 배신과 권모술수를 일삼는 야쿠자들의 비정함을 다룬 내용. "더 이상 의리를 찾지 않는다"는 대사처럼 예전같지 않은 야쿠자들의 세계를 잔혹 폭력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조직에 매몰되지 않은 사내의 비장미는 보이지 않고 밑도 끝도 없는 폭력만 남았다. 아무리 기타노 다케시가 "죽이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든" 영화라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