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케리 러셀 2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블루레이)

혹성탈출 시리즈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프랭클린 샤프너 감독이 1969년에 만든 오리지널 '혹성탈출' 시리즈 만큼 충격을 줄 수 없다. 오리지널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 보여준 가공할 공포에 가까운 반전의 충격 영상을 능가하는 작품은 거의 없다. 그 이후 2000년대 들어 나온 리메이크작들이 선택한 것은 충격 대신 실감이었다. 얼마나 리얼한 영상과 특수효과로 원작이 보여주지 못한 사실적인 볼거리를 선사하느냐에 승부를 걸었는데, 현명한 선택이다. 갈 수록 진화하는 컴퓨터 기술은 원작의 분장도 놀라웠지만 이를 뛰어 넘는 생동감을 영화에 불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매트 리브스 감독이 만든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년)은 이야기의 완성도..

어거스트 러쉬

커스틴 쉐리단 감독의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 2007년)는 참으로 황당한 영화다. 아예 대놓고 코미디물이나 SF를 표방하고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그러려니 할텐데, 굉장히 진지한 척하며 감동을 가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이가 없다. 쉐리단 감독은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시작해 음악이 맺어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집착이 만사를 해결하는 요술지팡이가 될 수는 없다. 감독이 음악이라는 매개체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주인공 소년인 어거스트 러쉬(프레디 하이모어)는 모짜르트, 베토벤, 하이든을 모두 섞어놓은 듯한, 거의 음악의 신 뮤즈에 가까운 신동이 돼버렸다. 생전 처음 보는 기타와 파이프 오르간을 수십년 갈고 닦은 전문 연주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