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케빈 스페이시 9

벅스 라이프(블루레이)

지금은 디즈니와 합친 픽사 스튜디오는 컴퓨터 그래픽의 예술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그 시작이 '토이 스토리'였다. 픽사를 만든 존 라세터 감독의 토이스토리는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즉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을 수 있는 분야인지를 실증한 작품이다. 그리고 전작의 콤비인 존 라세터와 앤드류 스탠톤이 공동 감독한 '벅스 라이프'(A Bug's Life, 1998년)는 토이 스토리의 성공이 어쩌다 우연히 터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 두 번째 작품이다. 벅스 라이프는 곤충들의 세계를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했다. 못된 메뚜기떼에게 조공을 받치며 살아가던 개미들이 메뚜기들의 학정을 견디다 못해 외부에서 일종의 용병 같은 다른 곤충들의 힘을 빌려 자유를 찾는 내용이다. 이..

베이비 드라이버(4K)

에드거 라이트(Edgar Wright) 감독의 '베이비 드라이버'(Baby Driver, 2017년)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는 쾌작이다. 숨 가쁘게 전개되는 자동차 액션과 경쾌한 록 음악, 이야기의 전개를 궁금하게 만드는 스릴러 스타일의 구성 등 인기를 끌만한 요소들을 고루 갖췄다. 내용은 기가 막힌 운전실력을 갖춘 청년이 범죄단의 도피를 돕는 운전사로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다뤘다. 범죄마저도 철저하게 역할을 나눠 맡아 분업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 도주 운전사는 범죄 성공이 달린 중요한 요소다. 언뜻 보면 흔한 범죄영화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남다른 인물 설정과 음악에 있다. 록 비트를 깨우는 주인공 베이비(안셀 엘고트 Ansel Elgort)는 항상 록 음..

LA 컨피덴셜(블루레이)

커티스 핸슨 감독의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l, 1997)은 한 편의 잘 만든 추리소설 같다. 1950년대 유행했던 범죄 수사물처럼 미국판 누아르를 지향하는 이 작품은 LA에서 벌어진 일련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다. 용의자에 대한 폭력을 불사하는 거친 형사들의 이야기는 더쉴 해미트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게, 팀을 이뤄 사건 해결에 몰두하는 모습은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이야기는 정교한 플롯을 유지하며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두 가지, 캐릭터의 개성을 확실하게 살린 캐스팅과 탄탄한 각본이다. 러셀 크로와 가이 피어스, 케빈 스페이시 등 3명의 배우가 확연하게 스타일이 다른 3명의 형사를 맡아 맛..

더 문(블루레이)

한동안 미국과 구 소련이 우주 개발에 열심히 매달리더니 최근 중국 일본까지 가세했다. 특히 이들은 달 탐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미국은 달에 사람이 다녀왔고 구 소련과 중국도 무인 우주선을 달에 보냈다. 일본도 2019년까지 달에 탐사선을 보내 달 표면을 조사할 계획이다. 도대체 달에 무엇이 있길래 저 야단일까 늘 궁금했는데, 그 답을 던칸 존스 감독의 '더 문'(Moon, 2009년)이 알려줬다. 이 영화는 달에 혼자 남아서 헬륨3를 채굴해 지구로 보내는 사람을 다뤘다. 물론 헬륨3 채굴 과정은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됐지만 달에 헬륨3가 묻혀 있는 것은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고, 세계 각국이 여기에 아주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헬륨3를 원자력 발전의 원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양성자 2..

유주얼 서스펙트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유명하게 만든 수작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1995년)는 관객의 주의력을 테스트하는 영화다. 의문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용의자의 증언을 토대로 진범을 밝히는 과정은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그만큼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쓴 스토리가 탄탄했다. 특히 막판 반전은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기발함이 돋보인다. 이야기만 훌륭한게 아니라 영화적 구성 또한 뛰어나다. 이 작품은 마치 문학작품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유난히 대사가 많은데, 쉼없이 떠드는 대사의 홍수 속에 문득 문득 찾아드는 침묵이 일종의 챕터 구분 역할을 하며 관객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캐릭터도 잘 살아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같은 가브리엘 번을 비롯해 약자처럼 보이는 케빈 스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