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케이트 윈슬렛 4

드레스메이커 (블루레이)

호주의 여류 감독인 조셀린 무어하우스의 '드레스메이커'(The Dressmaker, 2015년)는 황량한 호주 오지 마을의 느낌을 미스테리풍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다. 이야기는 오래전 마을에서 추방됐던 여인이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마을을 떠난 소녀는 일류 의상 디자이너가 돼 돌아와서 마을에 일대 패션바람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어린 시절 벌어졌던 사건의 미스테리를 푸는 것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마치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는 뜨개질처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숨은 이야기가 하나 하나 펼쳐지면서 흥미를 돋군다. 이야기의 전개와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의상이다. 제 2차 세계대전 기간 억눌렸던 사람들의 욕망이 화려하게 분출한 1950년..

올 더 킹즈맨

스티븐 자일리언 감독의 '올 더 킹즈맨'(All The Kings'men)은 권력에 눈 먼 정치가들의 탐욕과 권모술수를 훌륭하게 그려낸 정치 드라마다. 루이지애나 주지사 스탁(숀 펜)은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 가진 자들은 이를 못마땅히 여겨 그를 탄핵한다. 위기에 몰린 그는 탄핵파의 거두인 판사 어윈(안소니 홉킨스)의 약점을 캐내 죽음으로 내몬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다. 우리 현대사의 굴곡이 조각 퍼즐처럼 이 영화 속 곳곳에 스며있다. 권력에 눈 먼 자들이 그려 내는 정치판은 미국이나 우리나 다를 바 없다. 정치란게 그런 것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추악한 정치판을 놀랍도록 함축적으로 그려낸 원작의 힘이다. 로버트 펜 워렌이 1946년에 발표해 퓰리처상을 받은 원작은 실화를 토대로 했기에 너무..

이터널 선샤인

미셀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년)은 코끼리의 배주머니 같은 영화다. 캥거루의 배에 달려있는 배주머니가 코끼리 배에 달려있을리는 만무한 법. 따라서 그만큼 황당한 영화라는 뜻. 영화는 기억을 지워버린 연인들로부터 시작된다. 애인과 심하게 다툰 여주인공은 원치 않는 기억을 깨끗이 지워주는 병원을 찾아가 애인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린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자 주인공도 같은 병원을 찾아가 여자친구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요청한다. 기억을 지우는 날, 뒤늦게 여자친구와의 소중한 기억의 중요성을 깨달은 남자친구는 그때부터 자신의 기억을 지키기 위해 도피를 한다. 극본을 쓴 찰리 카우프만은 '존 말코비치되기'의 각본을 쓴 인물. 설령..

타이타닉

가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무지막지한 물량 공세에 질릴 때가 있다.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의 '타이타닉'(Titanic, 1997년)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실물에 가까운 초호화 여객선 모형이나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촬영을 동원한 침몰장면을 보면 숨이 막힐 정도로 대단하다. 그야말로 볼거리를 제대로 제공하는 대작이다. 이 작품은 1912년 4월 15일 북대서양에 가라앉은 초호화여객선 타이타닉의 침몰을 다룬 실화영화다. '포세이돈 어드벤처'처럼 재난 영화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와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이 연기한 가상의 커플이 빚어내는 로맨스가 적절하게 곁들여져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흥행을 했다. 3시간 넘는 상영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