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쿠니무라 준 3

곡성(블루레이)

'추격자' '황해' 등 스릴 넘치는 작품을 만든 나홍진 감독은 '황해'를 마치고 나서 우리나라에서는 왜 오컬트 영화가 잘 되지 않는 지 의문을 가졌다. 그는 그 이유를 성경의 틀 안에서만 찾으면 답이 없다고 보고 그러기 위해 아시아 토속 종교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등장한 작품이 '곡성'(2016년)이다. 이 영화는 제목과 동일한 발음의 전남 곡성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연쇄살인을 다루고 있다. 원래 지명이 제목이었으나 지역 사회의 반발이 커서 한자로 울음소리를 뜻하는 동음이의어 哭聲으로 제목을 바꿨다. 곡성에서 잇따라 엽기적인 연쇄살인이 벌어지는데 경찰은 그 답을 찾지 못한다. 급기야 경찰관 집안마저 괴이한 일을 겪게되자 무당을 불러 굿을 한다. 이 과정에서 멀리 바다건너 들어온 일본 귀신과 ..

비밀 (블루레이)

빙의(憑依)란 다른 영혼이 사람의 육신을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무속에서 귀신들림이라고 말하는 현상으로, 신 내림을 받았다고 하는 무당들한테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다른 영혼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고 빙의를 다중인격의 발현으로 보고 있다. 타키타 요지로 감독의 '비밀'(1999년)은 바로 빙의를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백야행'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용의자 X의 헌신' 등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독특하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의 영혼이 하필 고교생인 딸의 몸으로 스며든 것. 졸지에 남편은 아내같은 딸과 부부 생활 아닌 부부 생활을 한다. 대충 짐작이 가듯 이 기묘한 상황은 적당히 애틋하고 어느 정도 에로틱하며 살짝 유머러..

아웃레이지

비정한 조폭들의 세계를 다룬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나 '소나티네'가 인상깊었다면 '아웃레이지'(Outrage, 2010년)를 볼 때는 두 작품을 잊는게 좋다. 같은 감독이 각본 연출 편집에 주연까지 했지만 기대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이다. 심지어 '브라더스'만도 못하다. 기타노 다케시가 만든 이 작품은 그의 특기인 야쿠자 영화다. 조직에서 출세하기 위해 배신과 권모술수를 일삼는 야쿠자들의 비정함을 다룬 내용. "더 이상 의리를 찾지 않는다"는 대사처럼 예전같지 않은 야쿠자들의 세계를 잔혹 폭력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조직에 매몰되지 않은 사내의 비장미는 보이지 않고 밑도 끝도 없는 폭력만 남았다. 아무리 기타노 다케시가 "죽이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든" 영화라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