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3

라르고 윈치

'라르고 윈치'는 대학에서 정치경제를 전공한 장 반 암므의 원작 소설에 필립 프랑크가 그림을 더해 1989년 펴낸 프랑스의 그래픽노블이다. 출간 이래 20년간 16권의 시리즈가 출간돼 유럽에서 꽤 인기를 끌었다. 제로미 살레 감독의 '라르고 윈치'(The Heir Apparent: Largo Winch, 2008년)는 이를 토대로 만든 영화다. 내용은 하루 아침에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의 후계자가 된 청년이 기업을 장악하려는 보이지 않는 세력과 싸우는 이야기다. 제작진의 의도는 주인공인 라르고 윈치를 007 제임스 본드처럼 키워 적당한 액션과 모험, 여자가 곁들인 시리즈를 만드는게 목표다. 하지만 영화는 감히 007 시리즈에 견주기 힘들 만큼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액션에 ..

인 더 하우스 (블루레이)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영화들은 언제나 허를 찌르는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인 더 하우스'(Dans la maison, 2012년)도 예외가 아니다.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 '마지막 줄에 앉은 소년'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문학교사와 제자간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교사가 제자의 글에 빠져 들면서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며 빚어지는 일들이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오종 감독 답게 이 작품에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금기시된 욕망들이 얼굴을 내민다. 원작의 제목이 말해주듯 교실 맨 뒤에 앉아 급우들을 살피는 소년은 급기야 자신이 점찍은 가족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소년은 단순히 관찰자 시선을 벗어나 그들을 통제하려 하고 친구의 어머니에게 금기시된 욕망을 표출한다. 오종은 여기..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

어윈 윙클러 감독의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Life As A House', 2001년)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버지가 아들과 부자관계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특이하게도 그 과정을 새로 집을 짓는 것으료 묘사했다. 오래되고 낡은 집을 부수고 아들과 함께 집을 짓는 모습은 그동안 쌓이고 묵혔던 서로의 오해와 편견, 잘못된 과거를 허물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이혼한 전처, 이웃집 사람들, 아들의 여자친구 등이 가세하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설정에서 알 수 있듯,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이지만 나름 미국식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독특한 인간관계가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윤택해졌다. 예를 들어,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소녀가 남자친구의 아버지와 키스를 나누는 거침없는 행보나 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