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터키 10

고스트 라이더: 복수의 화신(블루레이)

마크 네빌딘(Mark Neveldine)과 브라이언 테일러(Brian Taylor)가 공동 감독한 '고스트 라이더 복수의 화신'(Ghost Rider: Spirit of Vengeance, 2012년)은 무려 50년 된 마블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다. 1972년 마블 만화에 처음 등장한 고스트 라이더는 1973년 정식으로 시리즈 만화의 주인공이 됐다. 고스트 라이더는 '스폰'처럼 악마에게 영혼을 판 다크 히어로가 주인공이다. 악마와 거래한 대가로 엄청난 힘을 얻게 된 자니 블레이즈(니컬라스 케이지 Nicolas Cage)는 분노가 극에 달하면 무시무시한 화염을 뿜어내는 악마의 해골로 변한다. 독특한 캐릭터와 함께 불꽃을 뿜어내는 지옥의 모터사이클이 매력적인 캐릭터다. 내용은 인류의 미래가 걸린 소년을 차..

심판(블루레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전 세계가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로 들끓는 요즘 파티 아킨 감독의 '심판'(Aus dem Nichts, 2017년)이 유독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목을 짓누르는 바람에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는 쿠르드인이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죽어간 누리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실화에 근거한 이 작품은 독일의 네오 나치들이 저지른 인종 차별 범죄를 다루고 있다. 독일에 이민 가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쿠르드족 출신의 터키인 누리(너맨 아카)는 어느 날 가게 앞에 설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아들과 함께 처참하게 죽는다. 이민자를 혐오하는 네오나치들의 소행이었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독일 여성 카티아(다이앤 크루거)는 사고 전 목격한 기억을 더듬어 ..

007 스카이폴 (4K 블루레이)

"취미가 뭔가?" "부활이지." 악당과 007이 영화 속에서 나누는 이 대사가 이번 작품의 테마다. 샘 멘데스 감독이 007 영화 탄생 50주년을 맞아 23번째 시리즈물로 내놓은 '007 스카이폴'(Skyfall, 2012년)은 악당이 파괴한 첩보조직과 제임스 본드의 부활을 다루고 있다. 부활은 소멸을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제임스 본드를 빼고는 모든 캐릭터가 새로 태어났다.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듯 007만 빼고 더 젊어지고 강건해 졌다. 오랜 세월 책상 앞에만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여성 머니페니는 총질을 마다 않는 검은 피부의 섹시한 젊은 여인으로 거듭났고, 데스몬드 르웰린이 타계할 때까지 연기한 늙은 과학자 Q는 컴퓨터를 귀신같이 다루는 젊은이가 됐다. 압권은 007이..

터키 시데

터키의 해안 도시인 시데는 자동차로 안탈리아에서 1시간 20분, 폭포가 있는 마나브가트에서는 20~30분 가량 걸린다. 이 곳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바닷가에 우뚝 서있는 새하얀 로마시대 신전이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운 고대 유적지다. 안탈리아 일대에 들어서 있던 팜필리아의 항구도시로 발전한 시대는 시데탄이라는 독자 언어를 썼다. 이 언어는 청동기시대에 터키 남서부 아나톨리아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사용한 루비아어로 발전했다. 시데는 바로 루비아어로 석류라는 뜻이다. 그만큼 시데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카타이오스는 시데를 황소의 신 타우로스의 딸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기원전 540년경, 이 지역은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았고, 기원전 334년에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항복해 마케도니아..

여행 2014.05.05

터키 페르게 - 마나브가트

"한 가지 시를 쓰는 데도 사람은 여러 도시와 사람들과 물건을 봐야 한다...모르는 지방의 길, 뜻하지 않은 만남, 오래전부터 생각한 이별. 그것들이 우리 속에 피가 되고 눈짓과 몸가짐이 되고 우리 자신과 구별할 수 없는 이름없는 것이 된 다음에야 우연히 가장 귀한 시간에 시의 첫 말이 그 한가운데서 생겨난다." 일본의 불문학자 모리 아리마사는 추억이 우리의 속에서 피가 되고 눈짓과 몸가짐이 되고 우리와 구별할 수 없는 이름없는 것이 되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그는 많은 경험을 하고, 이를 내면에서 녹여 내야 참다운 글이 나온다고 봤다. 터키의 페르게와 시데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경이로움은 아득한 시간의 흐름을 뚫고 날아온 오랜 역사가 몸 안에서 하나로 녹아드는 '물신일체(物神一體)', 합..

여행 2014.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