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테일러 핵포드 3

사관과 신사(블루레이)

고교시절 시험이 끝나면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를 관람했다. 보통 '벤허' '머나먼 다리' 등 종교 아니면 전쟁영화가 대부분이어서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 그때 보러 간 영화가 테일러 핵포드(Taylor Hackford) 감독의 '사관과 신사'(An Officer and A Gentleman, 1982년)다. 내용은 불우하게 자란 청년 잭(리처드 기어 Richard Gere)이 항공모함의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해군 조종사 양성학교에 입학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다. 특히 여공 폴라(데브라 윙거 Debra Winger)와 벌이는 애틋하면서도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다뤄 국내에서 꽤나 성공했다. 이 작품 성공 이후 1980년대 중반은 신예였던 테일러 핵포드 감독의 시대였다...

레이

한 사람의 평생을 2시간 남짓한 시간에 모두 다루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전기 영화가 어렵다. 테일러 핵포드(Taylor Hackford) 감독은 '레이'(Ray, 2004년)를 통해 지난해 작고한 미국의 대중음악가 레이 찰스의 일생을 그리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굴곡이 많았던 레이 찰스(Raymond Charles Robinson)의 젊은 날에 집중해 인물을 조명하는 것. 결과는 성공이었다. 캐릭터 묘사에 능한 핵포드 감독답게 '사관과 신사' '백야' 등 그의 전작처럼 복잡다단한 내면을 지닌 주인공 레이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핵포드 감독이 그럴 수 있었던 요인은 주역을 맡은 제이미 폭스(Jamie Foxx)의 공이 크다. 실제 레이 찰스도 감탄할 만큼 젊은 날의 레이를 쌍둥이처럼..

백야

1986년 한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그 해,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영화가 국내 개봉했다. 테일러 핵포드(Taylor Hackford) 감독의 '백야'(White Nights, 1985년)다. 당시 서울에서 유일한 70미리 상영관이었던 대한극장에서 이 영화를 하루에 내리 3번을 보았다. 새내기 대학생 때인 만큼 할 일이 많았던 친구는 첫 회를 같이 본 후 후다닥 달아나버렸지만 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Mikhail Baryshnikov)와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블라디미르 비소츠키(Vladimir Vysotsky)의 노래에 매료돼 움직일 수 없었다. 이후 바리시니코프의 팬이 돼 그가 출연한 영화 '지젤'도 보았고 나중에 '백야' 비디오테이프를 사서 영상이 뭉개질 때까지 봤다. 비소츠키 노래도 마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