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토요카와 에츠시 2

언두

'러브레터'와 '4월이야기'로 이와이 슌지 감독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언두'(Undo, 1994년)는 참으로 낯설고 불편한 작품일 수 있다. 이 작품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피크닉' 과 함께 상실, 죽음, 허무 등 세상의 어두운 이야기를 하는 '검은 이와이' 계열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첫 번째 극장용 영화인 이 작품은 내용이 독특하다. 강박성 속박증후군에 걸린 여인과 이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로 그런 병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묘사한 강박성 속박증후군은 끊임없이 모든 대상을 끈으로 묶는 일종의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이다. 여주인공은 각종 사물은 물론이고 살아있는 생명체와 비누방울까지 묶으려 든다. 영화 속에서 의사는 이를 사랑을 갈구하는 병이라고 진단한..

러브레터 (블루레이)

국내 개봉전인 1997년, 불법복제 비디오테이프로 처음 봤던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 1995년)는 사실 플롯이 정교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기본 골격은 산에서 조난당해 사망한 남자친구와 이름이 똑같은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남자친구가 과거 짝사랑했던 사연을 알게 되는 여인의 이야기다. 죽은 남자친구는 짝사랑했던 여인을 못잊어 똑같이 생긴 지금의 여자친구를 좋아한 것.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그토록 좋아한 여인이라면 왜 한 번도 찾아가 고백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오히려 똑같이 생긴 여자를 만나는 것 보다 서로 잘아는 사이인 여인을 찾아가 사랑을 얻는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판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중학교 졸업앨범을 뒤져 찾아낸 주소로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