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팀 로스 5

인크레더블 헐크 (4K 블루레이)

세상살이 쉽지 않다. 특히 팍팍한 삶 속에 부조리로 가득찬 뉴스를 보노라면 공분을 느낄 때가 많다. 헐크는 그런 현대인의 마음이 빚어낸 괴물이다. 루이스 리테리어 감독의 '인크레더블 헐크'(The Incredible Hulk, 2008년)는 헐크와 헐크보다 더 추악한 사람들의 욕심이 격돌하는 영화다. 형이상학적 이야기에 몰두했던 이안 감독의 전편과 달리 이 작품은 헐크의 분노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본 설정은 스탠 리의 원작 만화 및 1970년대 TV 시리즈와 다를게 없지만 뻥튀기된 악당 덕분에 액션은 속도감있고 박력 넘친다. 악이 강할 수록 아드레날린 분출은 배가 된다는 액션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영화다. 이야기만 놓고보면 전작보다 낫고, 배역도 잘 어울렸다. 청출어람, 1편을 능가한..

헤이트풀8 (블루레이)

'헤이트풀8'(The Hateful Eight, 2015년)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서부극이다. 타란티노의 서부극은 특이하게 흑인 건맨이 주인공이다. 전편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는 제이미 폭스가 복수에 나선 총잡이 장고로 나왔고 이번 작품에서는 새뮤얼 잭슨이 현상금 사냥꾼으로 등장한다. 이 같은 특징은 타란티노 감독의 진보적인 시각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부극하면 으례히 백인 총잡이들과 인디언들이 나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흑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를 단순히 흑인들의 출연 비중을 높이는 것에서 벗어나 주요한 역할을 맡겨 백인 중심주의적 역사관과 시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여기에는 어려서부터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를 즐겨보고 흑인들과 어울려 자란 환경도 한 몫 했다. 197..

피아니스트의 전설 (블루레이)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가 쓴 모노드라마용 희곡 '노베첸토'는 독특한 작품이다. 1900년대 초 대서양을 오가는 여객선 버지니아에서 태어나 한 번도 배에서 내리지 않고 평생을 산 피아니스트 노베첸토의 이야기다.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인 만큼 시종일관 피아노 연주가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 내용도 특이하지만 등장하는 배우도 단 두 명, 피아니스트와 친구인 트럼펫 연주자 맥스 뿐이다. '시네마천국'(http://wolfpack.tistory.com/entry/시네마천국-블루레이), '말레나'(http://wolfpack.tistory.com/entry/말레나-무삭제판-블루레이) 등을 만든 이탈리아의 명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이 작품의 독특한 구성과 이야기에 끌려 영화로 옮겼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

저수지의 개들 (블루레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뷔작인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1992년)은 타고난 이야기꾼의 숨겨진 재능을 유감없이 드러낸 걸작이다. 엄청난 비디오광이었던 28세의 청년은 자신이 보고 듣고 알고 있던 감각적 소재들을 남김없이 쏟아 부었다. 음악부터 영상, 수다스럽게 쏟아내는 대사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배우들까지 모든게 완벽한 앙상블을 이뤄낸다. 그만큼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땐 마치 앤디 워홀의 팝 아트 그림처럼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이야기는 한무리의 범죄자들이 모여서 보석상을 털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다뤘다. 서로 죽고 죽이는 그들의 파행은 쓰레기장에 모여 쓰레기를 뒤지며 물고 뜯는 개떼를 연상케 한다. 이를 위해 타란티노는 이 작품에서 걸죽한 욕설과 음담패설부터 잔혹한 폭력까지 남..

팀 버튼의 혹성탈출 (블루레이)

할리우드의 악동 팀 버튼 감독의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 2001년)은 차라리 안만드느니만 못한 리메이크작이다. 프랭크 샤프너 감독이 1968년 선보여 충격을 줬던 명작 '혹성탈출'을 다시 만든 이 작품은 원작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새로운 충격을 전혀 주지 못했다. 팀 버튼은 이 작품에서 그만의 비틀기를 시도했다. 원작과 달리 아예 새로운 혹성에서 인간과 유인원의 공존을 꿈꿨고 희망을 얘기했다. 하지만 막판 결말을 통해 여지없이 그의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성은 원작이 갖고 있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촬영 장소도 1968년 원작과 동일한 곳에서 찍었다. 다만 달라진 분장과 살짝 비튼 이야기로 원작의 아우라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