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팀 버튼 12

가위손(블루레이)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은 면도날을 든 이발사로 두 편의 극단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 편은 어두운 영국을 배경으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잔혹 뮤지컬 '스위니 토드'이고, 한 편은 이루어질 수 없는 순애보를 그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1990년)이다. 내용은 양손에 가위 날이 잔뜩 달린 사람을 닮은 로봇인 '가위손' 에드워드(조니 뎁 Johnny Depp)가 그림처럼 예쁜 마을에서 사람들과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가위손은 사람들과 살며 마을의 정원수는 물론이고 강아지와 사람의 미용까지 절묘한 솜씨로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답게 바꿔 놓는다. 사람들은 그런 가위손의 신묘한 솜씨를 찬양하지만 어느 순간 가위손이 유괴범의 누..

배트맨2(4K 블루레이)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2'(Batman Returns, 1992년)는 '배트맨 다크나이트' 시리즈 이전에 나온 작품들 가운데 가장 어둡고 비극적이면서 극단적으로 희화적이다.기형 때문에 버림받은 존재인 비극적인 악당 펭귄맨과 배트맨 못지 않은 사랑을 받은 캣 우먼이 등장한다. 원작 만화에 등장하지 않는 펭귄맨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집어넣어 악당의 인간적 배경을 강조해 우울하게 만드는 부분과 서커스단의 광대, 뒤뚱거리는 펭귄들이 악당으로 등장하는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장면들은 서로 대치되면서도 상호 보완을 해준다.마치 '슬리피 할로우'나 '스위니 토드'의 캐릭터들처럼 어둡고 음울하기 그지 없다. 그만큼 펭귄맨이나 캣우먼은 배트맨에 맞서는 악당이지만 장애인이나 여성 등 사회적으로 약자를 대변하는 이중성을 갖..

배트맨(4K 블루레이)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시작이 됐던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Batman, 1989년)은 기존의 슈퍼영웅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사람들의 상식을 깨뜨렸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슬리피 할로우' 등 어둡고 음침한 이미지의 작품을 즐겨 만들었던 팀 버튼 답게 '배트맨' 역시 우울한 영상으로 가득찬 작품이다. 팀 버튼이 '배트맨'을 어둡게 묘사한 이유는 한 가지, 배트맨을 정상이 아닌 '정신병자'로 봤기 때문이다. 부록에 실린 음성해설을 들어보면 그는 "박쥐 옷을 입고 얼굴에 마스크를 뒤집어 쓰고 다니며 낮과 밤이 다른 이중생활을 하는 사람을 제정신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그에 걸맞는 분위기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닌게 아니라 영화는 배트맨 뿐만 아니라 그의 뒤를 쫓는 기자, 악당 조우커까지 온통..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블루레이)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2010년)는 그동안 봤던 앨리스와 많이 다르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원작자인 루이스 캐럴이 쓴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속편 격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 등 두 편의 이야기를 합쳐서 팀 버튼 식 해석을 더했다. 팀 버튼식 해석이라면 원작 속 인물들에 대한 독특한 비틀기다. 여기에 잿빛 배경이 떠오르는 우울한 서정을 가미한다. 이 작품은 이 같은 팀 버튼의 해석이 적용된 인물들과 세계관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우선 주인공인 앨리스가 어린 소녀가 아니라 약혼을 앞둔 19세의 처녀다. 앨리스는 원작처럼 엉뚱한 세상으로 굴러 떨어지지만 그곳은 원작의 이상한 나라인 원더랜드가 아니라 땅 밑 세상인 언더랜드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블루레이)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 2016년)은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잔혹동화 같은 영화다. 랜섬 릭스의 판타지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신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를 다뤘다. 손으로 불을 일으키고, 몸 안에서 벌떼를 내보내며 머리 뒤에 커다란 입으로 깨무는 등 특이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마치 '엑스맨'의 돌연변이를 보는 것 같다. 이들을 노리는 또다른 괴집단들은 아이들의 눈을 뽑아 먹으며 일본 애니메이션 '요괴인간'들처럼 사람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팀 버튼 감독은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범상치 않은 볼거리로 채웠다. 기괴한 괴물체, 이들과 벌이는 특이한 싸움과 아찔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