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판타지 15

네버 엔딩 스토리(블루레이)

영화 '네버 엔딩 스토리'(The NeverEnding Story, 1984년) 제작을 위해 만난 볼프강 페터젠(Wolfgang Petersen) 감독과 원작자인 소설가 미하엘 엔데(Michael Ende)는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 '특전 유보트'로 대박을 친 페터젠 감독은 할리우드 스타일의 대작 영화를 꿈꿨다. 반면 미하엘 엔데는 원작 소설의 구성을 그대로 지키기를 원했다. 순수함을 잃은 어른들 때문에 사라져 가는 상상과 꿈의 세계를 아이들의 동심으로 회복하는 원작의 정신이 바뀌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자와 페터젠 감독은 방대한 원작에서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국제적으로 통할 만한 블록버스터급의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있어야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페테전 감독과 엔데는 크게 싸워 영화가..

백발마녀전(블루레이)

우인태 감독의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1993년)은 과거 홍콩 영화가 국내에서 한창 인기 있을 때 비디오테이프로 빌려보고 반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당시 홍콩 영화라면 의례히 떠올리는 누아르나 무협, 황당한 코미디가 아닌 판타지 영화다. 굳이 따지자면 무협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협보다는 안타깝고 슬픈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무술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고 로맨스를 거들기 위한 양념에 가깝다. 우인태 감독도 이 영화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적 사랑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내용은 명나라 말기에 유명 무술 일파인 무당파의 후계자 탁일항(장국영)이 밀교에서 암살자처럼 키운 연예상(임청하)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서로 배신하지 않..

반지의 제왕1 반지원정대(4K 블루레이)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1편 반지원정대'(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 2001년)를 처음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 전이다. 그당시 국내에서는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던 JRR 톨킨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은 이 영화 때문에 널리 알려졌다. 신화가 죽고 낭만이 죽고 더불어 사람들의 꿈이 죽은 시대를 살아가던 노교수 톨킨은 주저없이 교수자리를 박차고 나와 신화를 되살리는 작업을 했다. 신화가 살아야 사람들이 꿈과 용기를 갖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려 15년 동안 쓴 반지의 제왕은 완벽한 하나의 역사다. 비록 가공이지만 언어도 있고, 역사도 있고, 문화가 있어서 장대한 고대의 서..

판의 미로(4K 블루레이)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 감독의 '판의 미로'(Pan's Labyrinth,2006년)는 역사의 아픔을 토대로 환상을 이야기하는 우울한 판타지다. 배경은 스페인 내전 막바지인 1944년. 주인공 소녀 오필리아(이바나 바케로, Ivana Baquero)는 만삭인 엄마와 함께 프랑코 정부군 장교인 새아버지 비달 대위(세르지 로페즈, Sergi Lopez)를 찾아간다. 그러나 새아버지는 모녀에게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혈통을 잇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찬밥 신세나 다름없는 오필리아는 어느 날 우연히 숲에서 지하세계 출신인 신화 속 존재 판(더그 존스, Doug Jones)을 만나며 수수께끼 같은 일을 겪는다. 이때부터 피비린내 나는 현실과 꿈같은 환상이 교차되는 기괴한 이야기..

경계선(블루레이)

알리 아바시 감독이 만든 스웨덴 영화 '경계선'(GRANS, 2018년)은 참으로 기이한 영화다. 영화의 이야기와 소재, 영상 그리고 배우들까지 모든 것이 기이하고 낯설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면서도 슬프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 자리를 잡는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만 따지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내용은 판타지에 가깝다. 괴이한 외모를 가진 여성 티나(에바 멜란데르)는 냄새로 사람들의 범죄를 알아내는 특이한 재주를 지녔다. 덕분에 항구에서 입항하는 사람들의 검역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일한다. 이 곳에서 그는 냄새로 아동 포르노 범죄자들을 잡아내기까지 한다. 그곳에서 티나는 우연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외모를 지닌 남성 보레(에로 밀로노프)를 만난다. 티나는 벌레를 잡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