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표도르 본다르추크 2

스탈린그라드 (블루레이)

어떻게 표현해도 비극적일 수 밖에 없는 소재가 있다. 제 2 차 세계대전 때 독·소 격전지였던 스탈린그라드가 그런 소재다. 모든 전쟁이 비극일 수 밖에 없지만, 스탈린그라드는 특히 군인, 민간인 가리지 않고 유례없이 많은 사상자를 내서 더 비극적이다. 히틀러는 제 2 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뒤 1941년 6월 불가침조약을 맺은 당시 소련을 느닷없이 침공했다. 비운의 전장 스탈린그라드 초반에는 나치 독일이 승승장구했으나 첫 번째 겨울을 맞으면서 끔찍한 동장군과 진흙탕에 갇혀 예봉이 꺾었다. 이에 히틀러는 소련의 에너지원인 카프카스 유전지대를 노리고 병력을 집중했다. 폰 클라이스트 대장이 이끄는 독일 제 1 기갑군은 장기인 전격전을 발휘해 파죽지세로 치고 나가 마이코프 유전지대를 점령했다. 여기서 오만해진 히..

제 9 중대

병사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은 다르다. 장군이나 정치가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전쟁은 전략이 우선이지만, 병사들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은 오로지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책이 위대한 전쟁 실록 '잊혀진 병사'다. 절반이 프랑스인이면서 독일군에 자원 입대해 2차 세계대전을 치른 기 사예르가 남긴 회고록인 이 작품은 살아남기 위해 전장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친 병사의 험난한 생존기이다. 표도르 본다르추크 감독의 '제 9중대'(The 9th Company, 2005년)를 보면 기 사예르의 '잊혀진 병사'가 떠오른다. 이 작품은 상상보다 더 극적인 실화를 다룬 전쟁영화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아프가니스탄은 소련군의 침공으로 9년째 지옥같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이곳에 갓 투입된 소련군 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