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프랭크 밀러 5

300(4K 블루레이)

황갈색 근육이 물결친다. 난분분, 그 사이로 꽃잎처럼 붉은 피가 어지럽게 흩날린다. 잭 스나이더(Zack Snyder) 감독의 '300'(2006년)은 테르모필레 전투를 처절하고 아름다운 영상시로 바꿔놓았다. 프랭크 밀러(Frank Miller)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BC 480년 그리스를 침공한 수 만명의 페르시아 군대에 맞서 싸운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 이야기다. '씬시티'에서 보여줬듯이 프랭크 밀러의 세계는 어둡고 거칠며 우울하다. 불의와 악이 용광로처럼 들끓는 어둠의 세계에서 섬광처럼 번뜩이는 잔혹한 폭력은 유일한 구원이다. '300'도 예외가 아니다. 조국을 위해 창을 든 스파르타인들의 싸움은 잔혹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승리만이 유일한 살 길이기에, 그들의 싸움은 더 할 수 ..

씬시티2 (블루레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만든 '씬시티'(http://wolfpack.tistory.com/entry/씬시티)는 프랭크 밀러의 원작인 그래픽노블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 각광을 받았다. 흑백의 강렬한 영상은 마치 그래픽 노블이 살아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9년 만에 나온 '씬시티2: 다크히어로의 부활'(Sin City: A dame to kill for, 2014년)은 여전히 전작에서 보여준 강렬한 영상이 잘 살아 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원작자인 프랭크 밀러를 공동 감독으로 끌어 들여 원작에 실린 두 편의 이야기 외에 영화를 위해 두 편의 이야기를 추가해 총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전작에서 인기를 끈 마브(미키 루크), 낸시(제시카 알바) 등의 캐릭터가 등장하며 새로운 얼굴로 조니(조셉 ..

300: 제국의 부활 (블루레이)

기원전 6세기에 등장한 페르시아 제국은 멀리 인도부터 그리스까지 아우르는 대제국이었다. 계속 영토를 확장하니 이웃 국가들과 부딪치는 것은 당연한데, 그 중에서도 그리스와 전쟁을 벌인 배경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분노와 복수가 씨앗이 된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기원전 500년, 페르시아 통치 아래 있던 그리스 도시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에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왕은 막강한 군대를 보내 반란을 진압했는데, 기원전 494년 라데 전투에서 크게 패한 이오니아도 그 중 하나였다. 문제는 아테네가 이오니아를 지원했다는 점이다. 다리우스 왕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아테네에 분노해 이들을 혼내주고자 기원전 492년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첫 번째 원정은 폭풍우로 페르시아 함대가 난파되면서 실패했다. 2년 후인 기원전..

엘렉트라 (SE)

밴 애플렉이 맹인 슈퍼맨으로 나오는 '데어데블'에서 '엘렉트라'는 참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전사로 변신한 엘렉트라는 처절한 싸움을 벌이다 최후를 맞는다. 그러나 롭 바우먼 감독의 '엘렉트라'(Electra, 2005년)는 그렇지 못하다. '데어데블'에서 엘렉트라를 연기한 제니퍼 가너가 변함없이 주인공을 맡았고 '데어데블'과 마찬가지로 마블코믹스 원작을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데어데블'에 한참 못미친다. 빈약한 스토리와 이야기 흐름을 탄탄하게 조이지 못한 연출 때문이다. 내용은 데어데블에서 죽은 엘렉트라가 무술 대가의 도움으로 부활하고 나서 5년이 흐른 시점에 벌어지는 악당과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 제니퍼 가너가 요상한 붉은 색 옷을 입고 삼지창을 휘두르며 펄펄 ..

씬시티

강렬하다.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감독의 '씬시티'(Sin City, 2005년)를 보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강렬함'이다. 피가 난무하는 액션과 흑백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영상, 만화 속에서 갓 걸어 나온 듯한 극단적 성격의 캐릭터 등 모든 게 눈을 찌르듯 강렬하게 다가온다. '데어데블'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 등을 그린 만화가 프랭크 밀러(Frank Miller)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매춘과 납치 등 범죄로 가득 찬 도시에서 악당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위협받는 여인들을 대신해 복수의 총을 빼든 정의의 사나이들을 그리고 있다. 영웅들이 휘두르는 폭력은 악당 못지않게 잔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랭크 밀러의 어둡고 광기 어린 작품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