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기영 감독이 만든 '하녀'(1960년)는 50여년 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만큼 지금봐도 긴장감 넘치는 걸작 우리 영화다. 공장에서 여공들에게 합창을 지도하는 중년의 음악선생이 우발적으로 하녀와 육체적 관계를 가지면서 온 집 안에 죽음의 공포가 몰아치는 내용이다. 임상수 감독의 리메이크작 '하녀'와는 기본 설정이 같을 뿐 내용 전개방식이 많이 다르다. 2층 양옥집이라는 공간 안에서만 벌어지는 사건은 밀실 추리소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한 집 안에 공존하면 안되는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목숨을 건 생존 싸움을 독특한 영상으로 절묘하게 묘사했다. 인물을 따라 앞뒤로 움직이며 공간의 깊이감을 부여하거나 수평으로 움직이며 긴장감을 부여하는 트랙킹 영상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뛰어나다. 특히 밥과 쥐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