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하라 세츠코 2

가을 햇살 (블루레이)

딸과 함께 사는 홀어미는 어느덧 혼기가 찬 딸의 결혼을 서두른다. 딸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홀어미를 혼자 놔두고 시집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쉽게 말을 못한다. 그 마음을 알기에 지인들은 어머니의 재혼을 준비한다. 하지만 딸은 막상 어머니가 재혼한다니 왠지 서운한 생각이 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복잡 미묘한 심경.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딸과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에 카메라를 댔다. '가을 햇살'(1960년)은 그런 영화다. 얼핏 보면 오즈 야스지로가 1949년에 만든 '만춘'을 닮았다. 아닌게 아니라 '만춘'이 딸을 시집 보내는 아비의 마음이라면, 이 작품은 이를 그대로 뒤집어 어미의 마음을 담았다. 재미있는 점은 '만춘'에서 딸로 나온 하라 세츠코가 이번에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언제나 그렇듯,..

동경이야기

참으로 가슴이 먹먹한 영화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이야기'(1953년)는 노부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이야기로 큰 울림을 준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을 "위대한 감독일 뿐 아니라 위대한 선생님"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을 보면 그 말에 절로 공감이 간다. 10년 마다 세계 명작 순위를 메겨 유명한 영국 영화전문지 '사이트 앤 사운드'는 올해 발표한 리스트에서 1위 히치콕의 '현기증' , 2위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에 이어 3위로 '동경이야기'를 꼽았다. 이처럼 앞다퉈 이 작품을 명작의 반열에 올려 놓는 까닭은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자식들을 모두 분가시킨 노부부가 자식들을 찾아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