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한석규 11

프리즌 (블루레이)

나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프리즌'(2016년)은 살인, 마약 밀수 등 각종 범죄의 진원지가 알고 보니 교도소였다는 깜찍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교도소에 갇힌 죄수(한석규)가 재소자들을 수족처럼 부리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를 조종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주범이 사회가 아닌 교도소에 갇혀 있다 보니 수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 죄수는 오히려 교도소를 아지트삼아 바깥세상에 있는 것보다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낸다. 어찌 보면 법의 보호를 받는 셈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완 경찰(김래원)이 죄수의 신분으로 위장 잠입해 범죄의 전모를 캐는 내용이다. 간혹 외신에서 중남미 마약왕들이 감옥에서 호화롭게 편안하게 지내며 각종 범죄를 교사한다는 뉴스를 더러 봤다. 하지만 치안 부재의 중남이에서나..

접속 (블루레이)

채팅, 유니텔, 삐삐. 장윤현 감독의 영화 '접속'(1997년)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이 영화가 나와서 인기를 끈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넘었다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이 작품은 당시 인기 있었던 PC통신을 매개로 싹튼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뤘다. 요즘으로 치면 인터넷으로 만난 묻지마 사랑 같은 이야기인데, 당시로서는 PC통신과 채팅으로 만난 남녀가 사랑을 하는 이야기 자체를 아주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인터넷이 널리 퍼지기 전인 만큼 PC통신을 통한 사랑은 거의 사이버 러버 수준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이 영화가 서울의 종로 3가 피카디리 극장에서 개봉을 했는데, 영화 속 두 사람이 만남을 시도하는 장소도 피카디리 극장이어서 신기했다. 영화의 소재였던 PC통신은 당시..

베를린 (블루레이)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2012년)은 새삼 분단국가라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이념 때문에 갈린 남과 북의 정보요원들이 한반도도 아닌 머나먼 이국땅인 독일 베를린에서 맞부딪치며 목숨을 걸고 싸우는 얘기다. 그런데 왜 하필 베를린을 택했을까. 베를린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 동백림 사건이라는 역사점 오점을 안고 있는 장소다. 동백림 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절이던 1967년 중앙정보부가 독일에서 유학중인 학자나 예술인들이 동베를린(동백림)을 거쳐 북한에 들어가 간첩 교육을 받은 뒤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잡아들인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 요원들은 베를린까지 가서 작곡가 윤이상 등을 강제로 잡아다 고문하고 사건을 조작해 몇 명에게 사형까지 선고하며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결국 최종심에..

그때 그사람들(블루레이)

그 날은 국민학교 6학년 가을 소풍 날이었다. 신나서 김밥을 싸들고 학교로 갔지만 소풍을 갈 수 없었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한참을 지루하게 교실에 앉아있어야 했다. 나중에야 뒤늦게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충격이기는 했지만 '대통령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하기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나이였다. 나라의 가장 큰 어른 대접을 받던 대통령이 죽었다는 소리에 여학생들은 울고 불고 난리였다. 대통령 사망 다음날인 1979년 10월27일은 그렇게 흘러갔다. 10.26을 떠올리면 포승에 묶인 김재규가 상 앞에 앉아 권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현장 재현을 하는 사진과 대통령 장례식날 주저앉아 땅을 치며 대성통곡을 하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당시 박전희 전 대통령은 곧잘..

파파로티

삐뚫어진 제자를 선생이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이야기는 1955년 리차드 브룩스 감독의 '폭력교실'(http://wolfpack.tistory.com/entry/폭력교실) 이후 숱하게 되풀이된 소재다. 그래서 윤종찬 감독이 동어반복적인 이야기를 피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실화와 클래식이다. 조폭 출신 고교생이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덕분에 성악가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예전 TV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노래를 불렀던 고교생 김호중 군의 실제 이야기다. 윤 감독은 그를 여러 번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선생의 격려와 전폭적인 지원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대목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다. 당시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김 군의 모습이 기억나는데, 영화에서는 전혀 다르게 생긴 이제훈이 김 군 역할을 맡았다. 이 ..

영화 2013.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