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한재림 3

더 킹(블루레이)

한재림 감독의 '더 킹'(2017년)은 개봉 시점이 지금이라면 논란이 됐을 만한 작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조사 때문에 정치 검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뜨겁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 검찰 이야기다. 정치권에 줄을 잘 서서 자신들의 입신과 양명을 위해 매진하는 검찰들을 통해 검찰 공화국이 무엇인가 잘 보여주는 영화다. 내용은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된 태수(조인성)가 검찰 내 실세인 선배들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권력의 맛에 취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태수가 권력의 핵심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몸담게 된 극 중 전략부는 검찰의 특수부를 빗댄 부서다. 전략부의 핵심인 한강식(정우성) 부장과 양동철(배성우), 태수..

연애의 목적(블루레이)

'연애의 목적'(2005년)은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고윤희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재림 감독이 만든 영화다. 말 그대로 남녀가 연애를 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이 작품은 도발적이면서 직선적인 대사가 매력이다. 어느날 한 고교에 여자 교생(강혜정)이 새로 온다. 첫날부터 이 교생에게 호감을 갖게 된 남자교사(박해일)는 집요하게 집적거린다. 둘 다 애인이 있지만 교사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때부터 교생과 교사의 위험한 줄타기가 벌어진다. 언뜻보면 성인들의 도 넘은 사랑 놀음처럼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는 권력을 이용한 성적 억압 문제로 다가선다. 물론 진행되는 과정을 놓고 보면 이를 올곳이 성평등 문제로 볼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남는다. 인물들의 대사를 들어보면..

관상

예전에 한국 최고의 지관을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는 기문둔갑의 정통 계승자로 꼽히는 그 노인은 유명한 전 대통령들부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들의 묘터와 집터, 건물터 등을 두루 봐 준 분이다. 재미있는 점은 한 때 그 노인은 국내 대기업 신입사원 면접 때도 참가했단다. 지금은 고인이 된 창업주와 함께 연수원에서 신입사원들의 관상을 봤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인상이 중요하다고 본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에 면접에 대비해 성형수술까지 하는 세상이 됐다. 한재림 감독의 '관상'(2013년)은 이 같은 사람들의 심리에 부합하는 영화다. 내용은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위를 빼앗는 계유정란에 휘말린 관상쟁이의 이야기다. 실제 역사에 가상의 이야기를 끼워넣은 전형적인 팩션이다. 그런데 설정은 그럴 듯 하지만 이..

영화 2013.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