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한효주 6

쎄시봉

서울 명동에 있었던 통기타 살롱 쉘부르, 무교동에 자리 잡았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은 1960년대말, 70년대를 풍미했던 통기타 문화의 상징이다. 이런 곳들을 통해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양희은 이태원 박은희 남궁옥분 이문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당연히 지금도 쉘부르, 쎄시봉 하면 이들의 얼굴과 함께 유명했던 노래들이 떠오른다. 그만큼 쎄시봉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1960, 7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를 대표하는 노래들과 가수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쉘부르와 쎄시봉으로 대표되는 시대의 노래들과 가수들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을 소품처럼 차용해 남녀의 흘러간 사랑 이야기를 신파극처럼 써..

영화 2015.02.07

감시자들 (블루레이)

조의석, 김병서 감독이 공동연출한 '감시자들'(2013년)은 철저한 허구를 바탕으로 한다. 홍콩의 유내해 감독이 만든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무대를 홍콩에서 서울로 옮겼다. 촘촘히 깔린 폐쇄회로(CC)TV를 통해 서울시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며 기억력이 좋은 경찰들이 일반 시민으로 위장해 범죄 용의자들을 하루 종일 미행하는 경찰 특수조직의 이야기를 다뤘다. 마치 우주관제센터 같은 감시반 풍경이 보기에는 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모두 가짜다. 경찰에는 실제 이런 조직이 없다. 더러 경찰청 본청 산하의 범죄정보과를 유사조직으로 언급하지만 역할과 기능이 영화와 전혀 다르다. 조현오 전 청장이 2011년 신설한 범죄정보과는 굵직한 정치, 경제계 정보를 내사해 범죄 사실이 발견되면 관련 수사팀에..

광해, 왕이 된 남자 (블루레이)

추창민 감독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가 돋보이는 점은 영리하게도 역사적 빈틈을 파고 들어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중에서 재위 기간 15일이 비어 있는 점에 착안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내용은 끊임없이 암살을 의심했던 광해군이 자신과 똑닮은 가짜를 내세워 위기를 모면하는 줄거리다. 쌍둥이처럼 닮은 가짜를 내세워 암살 위험을 피하거나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카게무샤'(http://wolfpack.tistory.com/entry/카게무샤) 등에서 일찍이 써먹었던 방법이어서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제작진은 이를 자잘한 에피소드와 우리식 웃음으로 채워넣어 차별화를 꾀했다. 그..

멋진 하루 (블루레이)

돈이란 사람을 비루하게 만든다. 특히 채무로 얽힌 인간 관계는 참 피곤하다. 여기에 채무 관계가 헤어진 연인사이라면, 생각하기 싫을 만큼 답답하고 한심스러워 진다.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2008년)는 제목과 달리 바로 그 불편한 인간 관계에 카메라를 들이 댔다. 옛 남자(하정우)가 꿔간 돈 350만 원을 받기 위해 나타난 여자(전도연)는 남자와 하루 종일 붙어 다니며 채권 수금에 나선다. 수중에 돈이 없는 남자는 또 다른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몇 십만 원씩 다시 꿔서 여자의 돈을 갚는다. 그 과정이 지난하고 신산스럽다. 그러면서도 남자가 한심스럽고 얄밉지만 밉지 않다.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남자의 모습 속에 따스한 진정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남자를 사기꾼이 아닐까 의심했던 마음은, 극..

광해, 왕이 된 남자

1,000만명의 관객이 들었다하니, 누군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는 그렇게 구를수록 점점 커지는 눈덩이처럼 소문으로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다. 순전히 입소문 만은 아니다. CGV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이름에 '광'자와 '해'자가 들어간 사람을 끌어모으는 등 각종 마케팅까지 더해진데다, 대종상 시상식에서 무려 15개 상을 싹쓸이한 효과도 있다. 그 바람에 욕도 많이 먹지만, 무턱대고 욕만 먹을 영화는 아니다. 나름 그럴듯한 상상력에 적절한 유머를 섞어 재미있게 볼 만 하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 광해군 재위 기간 중 사라진 15일을 순전히 상상해서 지어낸 이야기는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다. 왕이 암살을 피하기 위해 신분을 바꿔 똑같이 생긴 허수아비를 내..

영화 201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