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현영 4

최강로맨스

재앙에 가까운 영화가 또 한 편 나왔다. 김정우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최강로맨스'는 우리 영화계의 망신이 아닐 수 없다. 함량미달의 연출,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 비현실적인 설정 등 골고루 부끄러운 작품이다. 내용은 신문사 여기자와 강력계 형사가 한 팀으로 엮이면서 사랑이 싹튼다는 것. 그런데 영화는 온통 말이 안되는 것 투성이다. 수습기자들을 성희롱하는 정체불명의 여자 선배, 노트북이나 수첩도 아니고 비디오 카메라만 들고 뛰어다니는 여기자를 보면 도대체 뭐하는 집단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다큐멘터리가 아닌 만큼 기자들의 세계를 실감나게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고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재미를 위해 과장 설정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특히 종합지 기자인 주인공 최수진(현영)이 사..

작업의 정석

가끔 이 작품은 왜 만들었을까 싶은 영화들이 있다.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으며 눈요기감 조차 되지 못하는 영화들이다. 민망하게도 오기환 감독의 '작업의 정석'(2005년)이 그런 작품이다. 소위 '선수'로 통하는 남,녀 연예전문가 두 사람이 만나서 겪게 되는 일을 다룬 이 영화는 억지 웃음과 과장된 캐릭터로 일관해 감상 시간을 아깝게 만든다. 잘 만든 시트콤만도 못한 이 작품이 '안녕 프란체스카'의 작가가 쓴 작품이라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워낙 작품의 내용이 막무가내식이다보니 손예진과 송일국의 변신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평범한 화질이다. 일부 장면에서 잡티와 스크래치가 보이고 샤프니스도 높지 않다. DTS를 지원하는..

오로라 공주

영화배우 방은진이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 '오로라 공주'(2005년)는 기대하지 않았으나 재미있게 본 수작 영화다. 기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엄정화가 주연했기 때문. '싱글즈'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 두 편을 제외하고 출연한 작품들에서 보여준 연기가 판에 박은 듯 똑같고 그저 그랬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두 편을 제외하고 그의 역할이 비중 있게 드러난 작품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선입견을 깰 만큼 엄정화의 변신이 훌륭했다. 아울러 작품 자체도 아동 성추행에 대한 경각심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범인에 대한 엄마의 증오와 복수심을 아주 극적으로 잘 전달했다. 그만큼 대본의 구성이 탄탄했고 긴장을 늦추지 않은 감독의 연출 솜씨도 대단했다. 데뷔 감독이라고는 하지만 영화판에 오래 몸..

내 머리속의 지우개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년)는 젊은 여인이 치매, 즉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최루성 멜로물이다. 뻔한 내용일 수 있지만 감성적 영상과 손예진, 정우성 두 스타 덕분에 2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히트했다. 원래 멜로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이감독은 데뷔작 '컷 런스 딥'의 흥행 실패로 3년 동안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지 못하다가 제작사 싸이더스 측의 제의로 이 작품을 맡았다. 이감독은 처음 시도한 멜로물로 대성공을 거뒀다. 촬영에도 일가견 있는 이감독의 감각적 안목 덕분이다. 그의 탁월한 영상 감각은 그동안 숱하게 작업한 뮤직비디오와 광고들이 입증한다. 그러나 일부 장면의 촌스러운 대사들은 옥에 티다. 흥행 성공 후 이감독은 극장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감독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