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기술을 통해 진화한다. 문학이나 음악 무용과 같은 순수 예술과 달리 영화는 광학, 컴퓨터그래픽 등 산업기술의 발달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2012년)다. 이 작품에 나오는 호랑이를 보면 실제 호랑이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호랑이를 구별하기 힘들 만큼 똑같다. 오죽했으면 이 작품에서 호랑이 조련을 맡은 티에리 르포르티에 조차 실물을 구별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올올이 일어선 털들과 인광을 뿜어내는 눈빛, 역동적인 움직임까지 참으로 정교하다. '스타워즈' 에 등장하는 로봇이나 괴물처럼 가상의 존재인 경우 비교할 실물이 없어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기상천외한 존재를 만들 수 있겠지만 이 작품처럼 실물이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