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혹성탈출 4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블루레이)

혹성탈출 시리즈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프랭클린 샤프너 감독이 1969년에 만든 오리지널 '혹성탈출' 시리즈 만큼 충격을 줄 수 없다. 오리지널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 보여준 가공할 공포에 가까운 반전의 충격 영상을 능가하는 작품은 거의 없다. 그 이후 2000년대 들어 나온 리메이크작들이 선택한 것은 충격 대신 실감이었다. 얼마나 리얼한 영상과 특수효과로 원작이 보여주지 못한 사실적인 볼거리를 선사하느냐에 승부를 걸었는데, 현명한 선택이다. 갈 수록 진화하는 컴퓨터 기술은 원작의 분장도 놀라웠지만 이를 뛰어 넘는 생동감을 영화에 불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매트 리브스 감독이 만든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년)은 이야기의 완성도..

팀 버튼의 혹성탈출 (블루레이)

할리우드의 악동 팀 버튼 감독의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 2001년)은 차라리 안만드느니만 못한 리메이크작이다. 프랭크 샤프너 감독이 1968년 선보여 충격을 줬던 명작 '혹성탈출'을 다시 만든 이 작품은 원작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새로운 충격을 전혀 주지 못했다. 팀 버튼은 이 작품에서 그만의 비틀기를 시도했다. 원작과 달리 아예 새로운 혹성에서 인간과 유인원의 공존을 꿈꿨고 희망을 얘기했다. 하지만 막판 결말을 통해 여지없이 그의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성은 원작이 갖고 있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촬영 장소도 1968년 원작과 동일한 곳에서 찍었다. 다만 달라진 분장과 살짝 비튼 이야기로 원작의 아우라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블루레이)

인류가 멸망한다. 43년 전 개봉한 '혹성탈출'은 인류의 멸망을 다룬 무시무시한 재앙같은 영화였다. 그 영화가 특히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인류가 유인원의 지배를 받는 비참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끔찍했던지, 어린 시절 TV에서 본 영상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았다. 과연 인류가 어쩌다 그토록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으며, 유인원들은 어떻게 지배자가 될 수 있었을까. 1편에서는 한 줄의 암시같은 영상이 전부였다. 절반의 해답을 들고 나온 것이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프리퀄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년)이다. 와이어트 감독의 설정은 그럴 듯 하다. 치매치료제 개발을 위한 실험이 급기야 침팬지에게 놀라운 변이를 일으켰고, 이들이 스스로 자존을..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1980년대 초반, TV 주말의 명화 시간에 방영하던 오리지널 1968년판 '혹성탈출'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원숭이들이 말을 하고 사람을 노예처럼 부려서가 아니다. 영화적 상상이니, 얼마든 그럴 수 있지 않겠냐며 SF 소설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봤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충격은 영화가 끝날 때 찾아 왔다. 우주선을 타고 갔다가 이름모를 행성에 불시착한 주인공(찰튼 헤스톤) 일행이, 행성을 지배하던 원숭이들을 피해 바닷가로 말을 달려 달아나가다 커다란 물체에 맞닥뜨린다. 찰튼 헤스톤은 할 말을 잃고 물체를 바라보다가 말에서 내려 바닥에 주저 앉아 절규를 한다. 그가 본 물체는 바닷가에 삐딱하니 쓰러져 반쯤 모래에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원숭이들이 지배하는 이름모를 별은..

영화 2011.09.14